나의 조종사 도전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ep.3]첫 출근 최종 합격 발표가 있던 날. 아침부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몇 달 동안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감정의 기복은 들쭉날쭉하였다. 이제 오늘이면 어떤 식으로든 이 마음고생이 일단락이 될 것이다. 합격자 발표는 오후 5시에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했다. 시간이 너무 더디게 갔다. 오후 5시에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축하합니다.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얼떨떨했다. 엄청나게 이루고 싶었던 무언가를 이룬것인데 기분이 날아갈 듯 기뻤다기보다는 생각보다 무덤덤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은 내 성향의 문제기도 했다. 나는 어떤 목표를 위해 매진할 때는 그 목표를 엄청나게 갈구하다가도 막상 이루고 나면 무덤덤하게 느끼곤 하였다. 막상 힘들게 이루고 나면 그 과정이 시시해지기 때문인 건지, 혹.. 더보기 [ep.2]조종사 신체검사 입사 전형은 길었다. 거의 반년에 걸쳐 전형이 이뤄졌다. 자기소개서, 인적성검사, 영어시험, 실무진 면접, 영어면접, 1차신체검사, 임원면접, 2차신체검사 이런 식으로 잘게 쪼개서 전형이 이뤄졌는데 각 단계 사이에 대략 1달 정도씩 걸렸다. 이렇게 오래 걸리는 입사전형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다른 회사들은 한 두달이면 결과가 나왔던 것 같은데. 지원자 입장에서는 한 단계, 한 단계가 피 말리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더군다나 서울에 연고가 없었던 나는 매 전형 때 마다 상경을 해야했다. 서울 지리에 밝지도 않았고, 서울에 오는 것이 마냥 좋았던 촌놈이라 처음에는 약간 설레고 들뜬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전형이 진행 될수록 서울에 한번 올라갔다 내려가는것이 부담스러워졌다. 비행기를 보러 김포공항을 가는 것은.. 더보기 [ep.1]면접 면접 "왜 조종사가 되려고 하십니까?" 머리에 희끗함이 살짝씩 보이는 4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면접관이 물었다. 인자해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물었지만 어딘지 깐깐함을 숨기고 있는 듯 보였다.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인상이었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이 사람은 B747기의 기장이자 조종사들의 훈련을 담당하는 운항훈련팀의 팀장이었다. 내가 훈련생이 되면 나의 훈련을 담당하는 책임자이기도 했다. 가로로 긴 회의장 같이 생긴 방안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대여섯명의 면접관들이 앉아있고 맞은 편에도 대여섯명의 면접자들이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면접관들 뒤로는 긴 창이 있었다. 그 창으로 김포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들이 간간히 지나갔다. ㅇㅇ항공 본사는 김포공항에 인접해 있어서 비행기가 바로 앞에서 보였다. 착륙 후 제동을 .. 더보기 [ep.0] 나의 조종사 도전기_프롤로그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 군대를 갓 전역한 나는 목표를 잃고 방황하고 있었다. 흐리멍텅한 눈에 삶에 의욕도 없고 자신감은 한없이 위축돼 있었다. 될데로 되란 심정만이 가득했다. 여기저기 취업 원서를 넣으며 미래에 대한 아무 기대도 없이 살았다. 부푼 꿈을 꾸고 처음 대학교에 입학했던 때가 떠올랐다. 로봇공학자가 되고 싶었다. 공부와 연구를 하며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성취해 나가면 마냥 즐거울 것만 같았다. 학창시절에 수학과 과학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대학교에서 공부를 해보니 내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나보다 더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열심히 한게 아니라 열심히 한 것같은 흉내를 낸 것 뿐이었다. 고등학교 때 그렇게 재미있었던 수학과 과학이 갑자.. 더보기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