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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의 일상 생활

자유파일럿이 생각하는 '자유'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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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많은 독자분들, 자유파일럿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남겨봅니다. 

2023년이 되었네요. 작년 5월부터 재자격 훈련을 했고, 훈련 마치고 다시 비행을 시작한 지 4~5달 정도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조금이나마 제 글을 기다려 주시는 분들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신년이 되었으니, 조금은 힘을 빼고 때로는 가벼운 내용, 때로는 유익한 정보, 그리고 메인 컨텐츠였던 '나의 조종사 도전기'까지 꾸준히 올려보고자 합니다. 

출처 : pixabay

내 인생의 한 시즌(Season), 코로나 시즌

2020년 3월부터  2022년 5월.
휴직동의서를 작성하고 유급휴직을 했던 기간입니다. 저는 이 기간을 제 인생의 '코로나 시즌'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만으로 2년 정도 되는 기간 동안 휴직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을 하며 지냈습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내실을 다지는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간 동안 저는 제 '직업'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자유'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습니다. 어찌 보면 대치되는 이 두 가지를 어떻게 하면 같이 가져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 시즌을 지나고 나서 보니 '자유파일럿'이라는 블로그이름을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 코로나시즌은 '자유파일럿'이 되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던 시기였습니다. 

 

멈춰선 비행기(출처:pixabay)

1. 직업에 대해서

제가 왜 조종사가 되고 싶어 했는지, 근본적인 질문부터 했습니다. '도대체 왜 나는 조종사가 되려 했는가?'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처음 조종사를 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저의 생각은 너무 단순했습니다. '조종사는 자유로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는 생각, 해외 여러 나라들을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 풍요로운 생활, 출퇴근과 일과에 얽매이지 않는 삶 등. 이런 이미지들이 제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꿈에 그리던 조종사로서의 삶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 인생에 코로나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조종사로서의 제 커리어는 멈추었습니다. 비행시간 0시간. 이착륙경험 미충족. 기종 자격(type rating) 소멸.  코로나 시즌 동안의 제 레코드입니다. 정말 조종사는 자유로운 것이었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민항기의 조종사, 에어라인 파일럿은 전혀 자유롭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오히려 자유와 거리가 멉니다. 비행을 계획하는 첫 단계에서부터 비행기 시동을 끄고 임무를 마치는 그 순간까지 정해진 룰, 절차에 따라야 합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내 마음대로 날아서 원하는 대로 비행하는 것을 '자유'라고 한다면 전혀 자유롭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같은 외부적인 요인들, 항공사의 상황 같은 대내외적인 변수들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2. 자유에 대해서

저는 정말 '자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유가 뭐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제대로 답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렇다면 자유가 뭘까요? 정말 조종사는 자유롭지 못한 것일까요?

'그냥 아무런 구속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삶을 사는 것?'

이게 진짜 제가 원하는 자유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럼 그냥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은 것 아닌가? 조종사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는데 그럼 과연 자유로운 사람은 누구일까? 어떤 것에도 속박받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사는 사람이 있긴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책을 읽는데 너무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제 고민을 완전히 해소해 주는 글이라 저는 항상 이 글을 가슴속에 새기며 삽니다. 

“규율이 곧 자유다.”

  이상하리만치 이 말이 마음에 다가왔다. 자유의지를 드높이고 성과를 끌어올리려면 일관된 규칙이 필요하다.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한다는 명목으로 끊임없이 ‘이제 뭘 해야 하지?’ ‘아침으로 뭘 먹지?’ 등을 고민하는 건 오히려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면서 규칙적인 계획이 더 많은 자유와 성취를 안겨준다. 규칙과 통제가 있어야 주체성과 자유가 더 크게 느껴진다. 조코는 추가 설명한다. “경제적인 자유이건 더 많은 자유시간이건 질병으로부터의 자유이건 간에, 삶에서 자유를 원한다면 규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 타이탄의 도구들 中 조코 윌링크(Jocko Willink) 

https://freepilot.kr/56

 

내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 - 책 타이탄의 도구들

글렌 벡Glenn Beck, @glennbeck은 30대에 알코올 중독으로 바닥을 친 후 다시 삶을 시작했다. 2014년에는 9,000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하며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

freepilot.kr

 

새로운 시즌의 시작

비행을 하는데도 룰이 필요하듯, 인생을 사는데도 룰이 필요합니다. 저는 조금씩 제 일상을 규율로 채우고 있습니다. 아침루틴, 비행하기 전 루틴, 레이오버가서의 루틴, 비행 다녀와서의 루틴... 

루틴으로 채우고 삶을 단순하게 만들었는데 제 해방감은 오히려 더 커지는 것을 느낍니다. 

제 인생에 '코로나시즌'은 이제 막을 내리고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새로운 시즌에 이미 들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유파일럿'이라는 정체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 답도 내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요? 이제 글 좀 꾸준히 쓰겠습니다....ㅋㅋㅋ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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