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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의 일상 생활

조종사의 스트레스 관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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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조종사로서 완벽함을 추구하고 작은 실수 하나에도 반성을 합니다. 비행을 마치면 비행을 복기하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잘할 수 있었는지,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기록합니다. 잘했던 것들 보다는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고 기록합니다. 조종사의 세계는 칭찬에 박합니다. 구조적으로 잘한 부분을 칭찬하기보다는 못한 부분을 평가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조종사의 세계는 왜 칭찬에 박한가?

조종사의 세계에 대해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민항기 조종사에게 있어서 '비행을 잘한다'는 의미는  '매뉴얼대로 비행을 하는 것'입니다. 이게 참 말로는 쉬워보이는데 실제로 해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30년 이상 비행을 하신 베테랑 교관 기장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분도 '완벽하게 매뉴얼대로 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비행 매뉴얼을 보면 어떻게 하면 100점짜리 비행을 할 수 있는지 자세히 적혀있습니다.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벗어날 때마다 점수가 깎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100점 이하의 점수를 맞게 됩니다. 101점을 맞을 수는 없습니다. 상방이 정해져 있는 게임입니다. 그러니까 조종사는 칭찬을 듣기 어려운 것입니다. 정말 비행을 잘해서 Ideal 한 비행을 하면 100점인데 이건 너무너무 어렵고, 항상 100점 이하의 점수를 받게 되니까 깎인 점수만 보입니다. 정말 노력해서 99점을 맞으면 못 딴 1점이 아쉬워 보입니다. 그 1점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지만 다음 비행에서는 또 다른 곳에서 점수가 깎입니다. 

7살 아들의 태권도 발표회 이야기

갑자기 뜬금없지만 며칠전에 있었던 아들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게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이 있습니다. 아들이 태권도 학원을 다니는데 며칠 전 태권도 발표회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년간 태권도 학원 학생들이 얼마나 잘 배웠는지 학부모들에게 보여주는 행사였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를 해주셔서 집에서 발표회를 보았습니다.

발표회 순서는 줄넘기, 태권도 품새, 발차기 대회 같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아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모두 메달권에 들지 못했습니다. 3등까지는 메달 수여식을 하는데 아들은 마지막에 주는 참가상 메달만 받았습니다. 인터넷 방송으로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니까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야 아이의 태권도 등수 같은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만,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발표회 방송이 끝나고 아이를 데리러 학원으로 갔습니다. 

아이는 너무나 환한 모습으로 자기가 딴 메달을 목에 걸고 자랑스러운 듯이 달려왔습니다. 7살 아이에게는 등수같은 것들은 아무 상관이 없고 그저 참가상으로 주는 메달이라도 너무 좋았나 봅니다. 시무룩한 모습으로 나올 것을 걱정했지만 너무 환한 아이의 모습에 짧은 순간이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루지 못한 것에 너무 연연하는 제 모습이 떠올랐던 것입니다. '참가상'에 온전히 집중하는 아들의 순수한 모습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출처:픽사베이

조종사의 멘탈관리 : 99점에 만족하기

'완벽한 비행'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시작하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완벽함을 추구해야 하고,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완벽함에 너무 매몰되어 거기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불완전해집니다. 그래서 못 딴 1점에 포커싱 하지 않고 남은 99점에 만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런 태도를 가지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은 100점을 받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고 반성하며 더 발전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괴롭혔습니다. 

서두에 비행 기록에 대해 남기면서 잘못한 점들을 기록하고 반성한다고 적었습니다만, 기록은 다음 비행을 위해서 남겨두는 것이고 거기에 너무 매몰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그리고 잘한 부분이 있으면 스스로 칭찬도 해줍니다. 

마치며

멘탈관리하는 방법이 저마다 한두 개는 있겠죠? 저도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멘탈관리를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루틴 하게 살기, 명상, 일기 쓰기, 운동 같은 것들을 꾸준히 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100점을 맞고 싶어도 항상 100점을 못 맞는 세계에서 견뎌내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아직 스트레스를 모두 머릿속에서 삭제시키는 수준까지는 한참 못 미치지만 그래도 스트레스 관리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제 스스로를 계발시켜서 스트레스 지수 0이 되는 그날이 언젠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독자님들, 설날이 하루 지났네요. 독자님들도 스트레스 관리 잘하시는 한해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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