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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의 일상 생활

조종사들의 Simulator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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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재자격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항공사들이 조종사들을 유급 휴직시키면서 비행경험을 채우지 못해 자격을 상실하는 조종사들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항공사가 최근 늘어날 항공수요를 예상하여 조종사들의 자격을 다시 살리고 있습니다. 저도 이달 초부터 재자격 훈련을 받게 되었습니다. 약 2주간의 그라운드 교육을 받았고, 이제는 Simulator를 이용한 비행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조종사들이 타는 Simulator는 과연 무엇인지 한번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항공기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SIMULATOR 

조종사들이 기본면장인 PPL, IR, CPL , ( 자가용 조종사, 계기비행 증명, 사업용 조종사)을 취득하고 나면 항공사에 취업을 하고 항공사에서 운용 중인 비행기 기종을 배정받습니다. 특정 기종 배정을 받으면 이에 대한 자격을 취득해야 합니다. 이것을 Type Rating 이라고 합니다. 자동차는 운전면허증을 따고 나면 현대 자동차든, 벤츠든, 포르셰든, 어떤 자동차든 운전할 수 있습니다. 대형, 소형, 수동, 자동 등의 대분류가 되어있지만 승용차를 운전하는 일반 운전자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비행기는 자동차와 달리 각 비행기 모델에 따른 자격을 각각 취득해야 합니다. 비행기 모델에 따라서 비행기에 맞는 교육을 받고 시험에 통과해서 자격을 취득해야만 해당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습니다. 

https://freepilot.kr/21

 

조종사 면허를 가지고 있으면 아무 비행기나 몰 수 있나요?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으면 거의 모든 자동차들을 운전할 수 있습니다. 운전면허가 제1종, 제2종으로 구분되고 또 각각 대형, 보통, 소형, 특수, 원동기 장치 자전거 등의 면허로 나뉩니

freepilot.kr

 

같은 제조사에서 만들어진 비행기라고 하더라도 비행기의 특성과 운용절차가 다 다르기 때문에 기종에 맞는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즉, Airbus 사에서 만든 A320 비행기와 A330, A380, A350 비행기의 자격이 다 다릅니다. 따라서 A380 비행기 조종사가 A320 비행기를 조종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제조사라면 비행기 설계 개념(Design Concept)이 비슷하기 때문에 같은 제조사에서 기종 전환을 할 경우 수월한 장점은 있습니다. 

항공사에서는 조종사들의 항공기 Type Rating을 취득을 위해 Simulator를 이용합니다. 실제 비행기를 띄워서 교육을 시키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Simulator는 둥근 빵처럼 생긴 큰 상자를 6개의 쇼바가 지탱하고 떠있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실제 비행기의 조종석(cockpit)이 똑같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항공기 SIMULATOR 사진. AIRBUS의 최신 기종인 A350의 시뮬레이터.

앞에 두 자리에는 기장,부기장의 조종석이 있고 뒷좌석에는 교관이 시뮬레이터를 작동시키는 panel 이 있습니다. 이 panel을 이용해서 조종사들에게 각종 비정상 상황을 주고 조종사들이 handling 하는 것을 교육하고 평가합니다. 

SIMULATOR 내부의 모습

항공기와 90%이상 똑같다. 

실제로 SIMULATOR 를 타보면 항공기와 거의 똑같습니다. 조종간을 조작하면 Motion이 생기고, 앞에 Visual image도 변합니다. 예를 들어 인천 공항에 주기된 비행기를 시동을 걸고 Taxi를 한다고 하면 인천공항의 모습과 Taxi way들이 똑같이 화면에 나옵니다. 세계 유명 관광지들을 목적지로 지정하면 그곳의 Land mark 들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나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같은 것들도 표현이 됩니다. 비행기를 잘못 조종하여 HARD LANDING을 하면 쾅하면서 충격도 옵니다... SMOKE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옆에서 수증기가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산소마스크도 있고 산소도 나옵니다. 

주로 비정상 상황(Abnormal)을 교육하는 데 사용한다.

항공기 시뮬레이터는 주로 항공기의 비정상 상황을 교육하는 데 사용됩니다. 실제 비행기로는 교육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조종사들은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1년에 두번씩 Simulator를 활용한 교육과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때 1 엔진 failure, Rejected Take-off, CAT 2/3 Approach, Emergency Descent, Evacuation, 등을 교육받습니다. 그래서 조종사들끼리 하는 우스갯소리로 '조종사들은 6개월 비정규직'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1년에 두 번씩 있는 Simulator 평가에서 2번 Fail 할 경우 회사의 인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종사들은 Knowlege와 Skill을 항상 회사의 Standard에 맞게 유지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합니다. 

SIMULATOR는 항공사가 보유하거나 빌리기도 하기도 한다.

모든 항공사가 SIMULATOR를 소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항공사의 필요에 따라서 시뮬레이터를 사기도 하고 타 항공사의 시뮬레이터를 빌리기도 합니다. 반대로 회사가 소유한 시뮬레이터를 타 항공사에게 돈을 받고 빌려주기도 합니다. 회사가 소유한 항공기 기종의 대수와 앞으로의 도입 예정 등을 고려하여 시뮬레이터를 빌리는 것이 이득일지, 아니면 사는 것이 이득일지 계산하여 의사결정을 합니다. 시뮬레이터도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24시간 가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공사 조종사들의 자격을 갱신하기 위해 계속해서 교육과 평가가 이루어지고, 비는 시간에는 타 항공사에 임대도 해주기 때문입니다. 

 


 

이번 달 저의 재자격 훈련 시뮬레이터 스케줄은 모두 새벽시간에 배정이 되어 있네요. 제가 타고 있는 기종은 회사 소유의 시뮬레이터가 아니라 타 항공사에서 임대하여 사용하고 있는 바람에 모든 스케줄이 새벽 시간대로만 받은 것 같습니다. 밤새서 시뮬레이터 훈련을 받으려니 좀 많이 피곤하기는 한데, 오랜만에 비행을 해보니 옛 생각도 나고 재미도 있습니다. 이제 조금 쉬었다가 또 새벽에 시뮬레이터 훈련을 받으러 가야 합니다.

독자분들도 즐거운 하루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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