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파일럿' , 따뜻한 휴머니즘 속 전문성이 돋보이는 책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부푼 꿈을 안고 새해를 시작하고 계실 텐데,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목표하신 바 이루시는 한 해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독하시는 분들께는 우스운 양이지만 1년에 대략 50권 내외의 책을 읽는 듯합니다. 최근에는 밀리의 서재나, 리디 셀렉트 같은 전자책 구독 서비스들이 많아져서 쉽고 저렴하게 많은 책들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자책을 한번 접하고 나니까 무겁고 부피를 차지하는 종이책은 손이 잘 안 가더라고요. 요즘 책들은 종이책과 함께 전자책도 같이 출시해주어서 대부분 전자책으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전자책이 지원되지 않는 책들이나 옛날 책들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스마트폰 어플 Vflat 같은 것으로 PDF로 만들어서 E-Book 리더기로 옮겨서 읽고 있습니다. 

어쩌다 파일럿, 정인웅 지음 

밀리의 서재를 둘러보다가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2020년 4월에 종이책으로 출간한 이 책은 (전자책은 20년 7월) 에미레이트 항공 B777 기장으로 근무하고 계시는 정인웅 기장의 작품입니다. 

밀리의 서재 '어쩌다 파일럿'

이 책은 저자인 정인웅 기장이 페이스북 등의 SNS에 올린 글들을 엮어 만든 책입니다. 영문과를 졸업한 저자가 우연한 기회에 공군 조종사로 지원해서 힘든 훈련을 거쳐 조종사가 되는 과정과 군, 민항에서 겪었던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실려있습니다. 이야기 책처럼 쉽게 읽히고 흥미로운 이야기에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저자 소개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가진 타인에 대한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항공기 기장이라는 직책에서 저자가 가진 직업윤리와 전문성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도 조종사로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지만 저자가 쓴 글들을 보면 그가 가진 오랜 경험과 직업 윤리, 전문성, 따뜻한 인간미까지 '존경'이 저절로 느껴졌습니다. 거기다가 글을 재밌게 쓰는 능력까지. 

룰 브레이킹

...(중략)...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조종사 채용 인터뷰 질문은 다음과 같다. “당신은 지금까지 규정과 절차를 의도적으로 어겨본 적이 있습니까?” 이 질문에 만약 “저는 지금껏 단 한 번도 규정과 절차를 어겨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한다면 지원자는 100퍼센트 탈락이다. 비행은 그런 곳이 아니다. 규칙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잘 깰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연구해야 하는 곳이다.  - <어쩌다 파일럿> 중에서

조종사로서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 공감을 했습니다만 이 구절에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규칙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잘 깰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연구해야 하는 곳이다." 이 구절 만큼 조종사의 직업적 고민을 잘 표현한 글귀가 있었나 싶습니다. 조종사는 절차와, 절차와, 절차의 연속입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사소한 것이 절차로 정해져 있습니다. 화장실도 절차대로 가야 합니다. 이런 규정과 절차 안에서 상황에 맞게 합리적 결정을 해야 합니다. 때로는 규정을 어겨가면서도 말입니다. 사실 매우 위험한 발언이긴 하지만 그만큼 전문성과 직업적 고민을 통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합리적 생각을 하지 않고 규정과 절차에만 집착하게 되면 저자의 표현대로 그 지원자는 "100퍼센트 탈락"합니다.

다시 한번 기본으로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2년, 항공업계는 아직도 추운 겨울입니다. 비단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항공업 전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생각과 고민이 머릿속에 가득했던 지난 2년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조금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조종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직업윤리라는 점. 수백 명의 승객의 안전을 몇 시간 동안 책임져야 할 막중한 임무에 대해 다시 한번 새로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덧붙여 저자가 가진 따뜻한 인간미 넘치는 에피소드들에 마음이 따뜻해 졌습니다. 비록 조종사나 항공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그들의 삶이 어떠한지, 어떤 생각과 감정들을 가지며 살아가는지 궁금하시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