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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종사 도전기/자가용조종사(PPL)

[ep.15] FAA Checkride For PP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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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날이 밝았다. 자가용 조종사 자격증, PPL을 따기 위한 마지막 관문, checkride를 하는 날이다.
나의 checker는 United Airline(UA)에서 737 captain 이자 미연방항공청 FAA의 위촉 심사관인 데이브(Dave)였다. 데이브는 동네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의 아저씨였는데 좋은 인상이지만 비행 중에는 깐깐하고 엄한 사람이라는 평이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 새벽공기를 맞으며 베란다밖에 나가 날씨를 살폈다. 바람은 잠잠하고 습도는 낮은 딱 전형적인 애리조나의 새벽이었다. 애리조나는 사막 지형이라 큰 이변이 없으면 늘 날씨가 똑같다. 1년 중에 비가 오는 날이 손으로 꼽을 정도다. 심사받는 날 날씨가 좋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역시 기우였다.

지금은 그리운 애리조나(Arizona)의 사막

비행학교에 일찍 나가서 기상자료를 출력하고 W&B도 미리 작성하고 비행준비와 심사준비들을 마쳤다. 심사를 위해서는 필수 준비물들이 있다. medical certificate과 학생조종사 자격증, 그리고 비행기록 로그북, 비행 심사를 위한 법정 교과서들. 모두 다 챙겼는지 꼼꼼히 본다. 빠진 것 없이 다 챙긴듯했다.

Oral Test

데이브가 비행학교로 왔다. 브리핑실에 먼저 들어와 있던 나는 벌써부터 심장이 쿵닥쿵닥했다. 말로만 듣던 FAA 심사관이라니. 데이브는 웃으면서 악수를 청하며 자리에 앉으라고 해 주었다. FAA check 는 oral test와 flight test로 진행된다. 먼저 oral test를 해서 knowlege를 평가한다. 통과하면 flight test를 받게 된다. 이런 형식은 한국의 교통안전공단이나 항공사에서 치러지는 대부분의 비행 평가나 심사에서 동일하다. (조종사의 삶은 끊임없이 연속되는 test로 이루어져 있다.)

영어로 치러지는 oral test에서의 팁을 몇 가지 적자면, 핵심만 간단하게 말하는 것이다. 심사관이 요구하는 핵심 내용이 들어가기만 하면 되므로 굳이 장황하게 말하다가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 된다. 필요한 구문이나 문장 형식을 익혀두면 응용해서 써먹을 수 있다. 예를 들어

To create more Lift. (to의 사용: ~를 하기 위해서. )

As altitude increses, temperature decreases. (as의 사용 : ~이 올라가면, ~ 이 내려간다)

Because of decreasing Lift. (because of의 사용: ~때문에.)

이런 식으로 짤막하게, 핵심 내용만 들어갈 수 있도록 하면 좋다. 심사관이라고 격식을 차리거나, 예의 있게 말하려고 하다 보면 말리게 된다. (너무 버릇없이 보이는 게 걱정이라면 말 끝에 Sir. 를 불여주면 해결된다.) 영어에 유창한 사람이라면 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나같이 (영어를 글로 배운) 생존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에게는 적합한 방식이다.

나는 이런 화법을 항공사에서 조종사로 일할 때도 쓰고 있다. 특히 매년 2회씩 자격갱신을 위해 Simulator 훈련을 하면서 외국인 심사관과 check를 받는데, 그들과 oral test를 할 때는 늘 저렇게 핵심만 간단히 대답한다. 물론 PPL 교육을 받을 때보다 speaking 능력은 조금이나마 발전해서 외국인 심사관들과 일상 대화나 농담 나누기 같은 것들을 하긴 하지만 심사 때는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핵심 개념의 내용은 문장 자체를 외워서 대답하는 것이다. Stall 이라든지, L/D ratio라든지, 이런 것들은 그냥 정의 자체를 간단히 내 식으로 정리해서 외워버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족보다. 심사관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리고 자가용 조종사에게 필수적인 항공지식들 중에 중요한 것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매 심사 비행에서 질문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에 데이브에게 심사를 받았던 학생을 찾아가서 어떤 점들을 물었는지를 물어보면 리스트들이 나온다. 두세 명에게 물어보면 그 질문들이 겹친다. 그런 것들을 정리하는 것을 족보라고 했다. 그것들을 중점적으로 공부해가면 되었다.

역시나 데이브도 내가 공부했던(... 족보로 공부했던...) 내용들을 중점적으로 물어보았다. 몇몇 가지 질문들이 족보에 나오지 않는 것들이 있었으나 크게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나쁘지 않은 분위기로 oral test를 마치고, 이제 본 게임으로 들어가야 했다. flight test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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