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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의 일상 생활

조종사는 얼마나 일하고 얼마나 쉴까? [조종사의 스케줄과 휴일]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개인적으로는 휴직 중에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하는 것이 있었는데, 어제(21년 6월 17일) 종강을 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작업을 해보고 하는 과정이 익숙지 않아서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핑계로 한동안 포스팅을 못했습니다. 이제 시간적 여유가 많아졌으니 가벼운 주제들로 시작해 다시 꾸준히 포스팅을 해보고자 합니다. 

조종사들의 근무형태와 휴식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종사들은 어떻게 일을 하고 어떻게 쉬는지에 대해 글을 한번 써볼까 합니다. 

조종사의 근무형태 : 스케쥴 근무

일반적으로 조종사들은 daily routine 한 형태의 근무를 하지 않습니다. 항공사들은 각자가 취항하는 노선에 적합한 비행기들을 배치하고 거기에 필요한 인력들을 배치하는 식으로 운영을 합니다. 그래서 항공사의 공중 근무자들(조종사와 승무원 등)은 통상 1개월 단위로 스케쥴을 부여받고 일을 하게 됩니다. 

조종사에게 스케줄을 부여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은 조종사의 기종입니다. 단일 기종으로 운영하는 LCC 등의 항공사들은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므로 효율적입니다. 그러나 대형 항공사의 경우 조종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종 자격(type rating)에 맞게 스케줄을 배치해야 합니다. 대형기/중형기/소형기에 따라 항속거리도 다르고, 승객 탑승 및 화물 적재량(PAYLOAD: 항공사에서는 '승객과 화물'을 운임을 제공받고 싣는 Load라고 해서 PAYLOAD라고 합니다)도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취항지와 기종을 배치하게 됩니다. 통상 단거리 노선에는 소형기가 가고, 장거리는 대형기가 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단거리 노선 중에도 승객이 많은 인기 노선에는 가끔 대형기가 배치되기도 합니다. 

즉 조종사는 자신이 소속된 해당 기종의 목적지만 갈 수 있습니다. 소형기 면장을 가진 조종사가 미주나 유럽 노선에 배치될 수 는 없습니다. 

두 번째로 항공안전법에서 제한하는 조종사의 근무시간과 휴식시간을 고려해야 합니다. 조종사의 근무시간은 항공안전법에 의거해서 '승무시간'과 '비행근무시간'으로 규정되고 비행안전을 위해 최대 근무시간이 제한됩니다. 그리고 비행시간에 따른 최소한의 휴식시간도 제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비행노선의 비행시간에 따라 조종사의 숫자를 안배하고 휴식시간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전에 제가 포스팅한 글에 디테일한 내용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https://freedompilot.tistory.com/19 

 

어떻게 조종사들은 14시간 넘는 비행을 하나요? feat. 항공안전법

뉴욕 - 인천 구간은 북극항로를 이용하더라도 비행시간이 14시간가량 됩니다. 승객으로 앉아서 14시간의 비행을 하는 것도 힘든데 조종사들은 어떻게 14시간의 업무를 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2조

freepilot.kr

조종사의 피로는 비행 안전과 직결되는 요소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한을 두는 것입니다. 요즘은 워라밸을 굉장히 중시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런 측면에 있어서 조종사는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전체 조종사의 균등한 스케줄 배분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정 조종사가 비행을 몰아서 하고 일부 조종사는 비행을 적게 한다면 조종사의 피로도 관리에 실패하는 것입니다. 항공사의 임금체계 또한 고려대상인데 국내 항공사는 통상 한 달에 60~80시간 정도의 비행수당을 고정으로 지급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넘어서는 비행시간에 대해서는 추가 비행수당을 지급하게 됩니다. 소형기 같은 경우에는 한 달에 60~80시간 정도 비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추가 비행수당을 받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만 대형기 같은 경우에는 장거리 노선으로 인해 한 달에 100시간 이상의 비행을 자주 하기 때문에 스케줄에 따라 급여 차이도 많이 나기도 합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조종사들의 비행시간 배분을 균등하게 하는 것이 인건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종사들이 선호하는 Destination도 가급적 돌아가면서 갈 수 있도록 합니다.

구체적인 스케줄 

실제로 제가 비행했던 스케줄에 대해서 한 번 찾아보았습니다. 소형기 부기장으로 근무하던 때의 제 스케줄 예시입니다.

소형기 조종사 스케줄 패턴 예시
한 달 총 비행시간 63시간
휴일 9일, 스탠바이 2일

○ 씨엡립 레이오버(2박3일)
○ 홍콩 퀵턴
○ 마닐라 레이오버(2박 3일)
○ 국내선 1박 2일(광주 레이오버)
○ 북경 퀵턴
○ 다낭 레이오버(2박 3일)
○ 연길 퀵턴
○ 세부 레이오버(2박 3일)
○ 김포-제주-김포-제주-김포 국내선
○ 간사이 레이오버(2박 3일)
○ 연길 퀵턴

근무일 총 21일 , 출근 11회

퀵턴은 해외 목적지에 체류 없이 다시 출발 공항으로 돌아오는 것을 말합니다. 목적지를 찍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죠. 레이오버는 목적지 호텔에 체류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을 말합니다.

소형기 생활이 좀 빡빡하긴 하지만 개인 시간이 부족한 수준은 아닙니다. 레이오버 체류를 하면 목적지에서 24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남아 스케줄 같은 경우 임무를 마치고 인천공항에 돌아오면 오전에 도착하게 됩니다. 즉 새벽에 동남아 목적지에서 출발하여 밤샘 비행을 하고 오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날 하루는 온전히 휴식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피곤해서 하루의 반은 자야겠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4년 정도 소형기 생활을 하고 대형기 전환을 하였습니다. 대형기 조종사의 스케줄 패턴은 훨씬 단순합니다. 그리고 개인 시간도 훨씬 많습니다. 역시 제 지난 스케쥴을 참고하여 대형기 스케쥴 예시를 적어보았습니다.

대형기 조종사 스케줄 패턴 예시 
한 달 총 비행시간 65시간
휴일 11일, 스탠바이 8일

○ LA 레이오버(3박 4일)
○ 프랑크푸르트 레이오버(3박 4일)
○ 뉴욕 레이오버(3박 4일)

근무일 총 12일, 출근 3회

장거리 노선은 1회 왕복비행을 하면 통상 20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이 나오기 때문에 한 달에 3~4회의 비행을 하면 스케줄이 다 차게 됩니다. 만약 한달에 4회 비행을 하는 달이라면 위의 예시에서 3박 4일의 스케줄 한 번이 더 추가되고 비행시간도 90시간 언저리가 되게 됩니다.

장거리 노선의 경우 해외 destination에서 체류기간도 길어집니다. 비행시간에 따른 최소 휴식시간이 항공안전법으로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통상 미주나 유럽 노선의 경우 48시간의 체류시간이 주어집니다. 

스탠바이는 다른 조종사의 백업으로 들어가거나 항공사가 기종을 변경하는 등의 특이사항이 발생했을 때 투입되는 것을 말합니다. 대형기 조종사의 경우 스탠바이로 불려 가는 일이 많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소형기는 노선도 많고 스케줄 변동도 자주 일어나 스탠바이로 불려 나가는 일이 잦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삶의 질은 대형기 life가 훨씬 좋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결혼하고 아기도 낳고 하다 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것이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소형기 스케줄도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여러 목적지를 다니면서 추억도 많이 쌓고 비행경험도 많이 쌓을 수 있어 그 시절도 그립습니다. 

해외 STATION에서의 체류, 레이오버(LAYOVER)

목적지에서 쉬는 것을 레이오버라고 합니다. 항공사에서는 해외 목적지의 호텔과 계약하여 승무원들이 편히 쉴 수 있게 숙박을 제공합니다. 조종사들은 RETURN 편의 임무를 다시 수행해서 되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첫째로 생각해야 할 것은 휴식입니다만, 호텔에서만 쉬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임무에 지장이 없는 한도 내에서 밥도 먹고, 관광도 하고, 마사지도 받고 필요한 물건 쇼핑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고, 국가 간의 트래블 버블, 백신 여권 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휴직 중이지만 오랜만에 비행하던 옛 추억들을 생각하니 그립네요. 레이오버 지역마다 맛집들을 저장해 두고 투어 다니던 그때가 다시 왔으면 좋겠네요. 그곳들도 이제 조금씩은 변해있겠지요. 

조종사의 근무형태와 스케줄, 휴일, 레이오버 들에 대해서 글을 써 보았습니다.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댓글, 방명록, 또는 이메일 freedompilot@naver.com 을 이용해 물어보시면 또 세세한 디테일에 대해서도 글 써보겠습니다.

건강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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