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던 초기 비행훈련
비행 훈련을 받던 초기 교육생시절부터, 대형기 부기장으로 생활하고 있는 지금까지 비행을 잘하려면 재능이 필요한지,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제가 종종 쓰고 있는 '나의 조종사 도전기'에도 보실 수 있듯이 저는 초기 훈련과정에서 많은 애를 먹었습니다. 같이 훈련을 시작했던 동기들과 비교를 해보면 제가 비행에 '재능'이 부족했던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보던 중 좋은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저를 위해서 기록으로 남기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초기 비행교육 단계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분들께도 권하고 싶어 글을 남깁니다.
그릿(GRIT)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책 <그릿>의 저자이자, 심리학 교수인 <앤절라 더크워스> 는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여러 연구를 했습니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믿는 것 처럼 천부적인 <재능>, <우수한 유전자>가 성공의 핵심적인 변수였을까? 이 질문에 저자는 NO라고 대답합니다.
재능은 초기에 타인보다 앞서나갈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해 줄 뿐, 재능이 있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IQ점수가 높다고 SAT점수가 높은 것은 아니며, SAT점수가 높다고 성공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자는 타고난 재능, 지능이 한 사람의 성공과 상관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그보다 성공과 더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자질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릿(GRIT)이라는 능력입니다.
이 책에서는 GRIT을 '열정적인 끈기' 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설명을 해 보자면, 목적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갈망하며(열정) , 동시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것(끈기)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즉 GRIT 이란 열정 + 끈기 라고 할 수 있습니다.
GRIT = 열정(목표를 지속적으로 추구,갈망하는 것) + 끈기(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내는 것)
'타고난 유전자' 라는 신화
사람들은 노력에 대한 중요성을 모두 알고있습니다만 동시에 노력의 가치를 폄하합니다. 미국에서 한 연구에 따르면 <타고난 재능> 과 <근면성(노력)> 중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근명성(노력)>을 선택한 사람들의 숫자가 5배이상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기업에 한사람만 채용을 해야한다면 <재능형>과 <노력형> 중 어떤 사람을 채용하겠냐는 질문에는 <재능형>을 더 선호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같은 사람을 <재능형>으로 소개할 때, <노력형>으로 소개하는 경우보다 성공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음악가, 운동선수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재능형>에 대한 선호가 높았습니다. 이렇게 실제로는 <재능형>을 더 선호하는 현상은 사업, 학계, 예체능계를 막론하고 모든 영역에서 나타났습니다.
이런 실험결과에서 보듯, 우리는 <재능>과 <노력> 에 대한 인식의 이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력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 내면에서는 타고난 재능을 신봉합니다.
고정형 마인드와 성장형 마인드
고정형 마인드란 <타고난 재능>을 믿고 신봉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고정형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노력을 해도 바꿀 수 없는 넘사벽의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성장형 마인드란 우리가 가진 능력을 개발시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고정형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시련이 닥쳤을 때 무너지기 쉽습니다. 그 시련이 일시적이고 극복가능한 것이라는 생각대신에 아주 근본적이고 고정적인 성질의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비행을 못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나는 비행적성이 부족한 사람이다.' 라고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어 집니다. 대신 성장형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시련을 해결 가능한 일시적인 것으로 봅니다. '나는 지금 착륙을 못하는 상황이다. 착륙을 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그 방법을 배우면 비행을 잘 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비행교육을 받을 때 지배적인 생각이 바로 <타고난 재능>, <비행적성> 이런 단어들이었습니다. 고정형마인드에 푹 빠져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문제 해결이 어려웠던 것입니다.
뇌가소성(neuroplasticity)
'뇌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그 기능과 성능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근육처럼, 사용하면 할 수록 개발된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뇌가 손상되어 일정부분이 손실되면 다른 부위가 그 부분의 뇌의 역할을 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이것을 '뇌가소성'이라고 합니다. 뇌도 개발하기에 따라 능력과 성능이 좋아집니다.
대표적인 <타고난 재능>으로 믿고 있는 IQ 같은 것들도 개발을 시킬수가 있습니다. 저도 학창시절 IQ 검사를 했을 때 119였는데, 최근에 다시 검사해보니 136으로 높아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다른 친구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하면서 제가 했던 생각은 '나는 머리가 나빠서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였습니다. 그런 생각은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을 만들어 주었지만, 인생을 대하는 가치관의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전형적인 '고정형 마인드'였던 것입니다. 나의 타고난 IQ가 고정적이고 불변의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오오력하면 정말 되는것일까?
'노오오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력>의 가치를 폄하하는 대표적인 밈이라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말들 속에는 개인의 노력보다, 주어진 환경과 타고난 유전자를 이길 수 없다는 자조적인 사상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성공한 사람의 말 중에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본적이 별로 없습니다.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많이 보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타고난 재능으로 성공했습니다.'
'저는 환경이 좋아서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본인의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정말 많이 보았습니다.
마이클펠프스, 스즈키이치로, 박지성, 이영표, 손흥민, 김연아, 서장훈...그들이 겸손해서 그런 것일까요? 속으로는 재능과 환경으로 인해 본인들이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만 말은 달리하는 것일까요?
그들의 재능이 특출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을 '재능'으로 한정하는 것은 그들의 피나는 노력을 폄하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초반에 승부가 나는 게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인생에서 의미있는 대부분의 영역은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한 영역들입니다. 이런 영역에서 초반 스타트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꾸준히 목표를 갈망하고 끈기있게 지속하는 능력, 그릿GRIT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 제 자신을 성찰해 보았습니다. 힘든 환경에서 어느정도 성과를 만들어냈던 것은 나름대로의 '노력' 때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고정형 마인드에 빠져 제 자신의 '재능없음'을 한없이 탓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실체도 없고 증명도 안된 '재능'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 자신의 그릿을 키워나가려구요. 정말 좋아하는 문장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노력하지 않고 무언가를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천재라고 한다면, 나는 절대 천재가 아니다.
하지만 피나는 노력 끝에 무언가를 이루는 사람이 천재라고 한다면, 나는 천재가 맞다.
-스즈키 이치로
'조종사의 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뇌를 속여 최고가 되는 치트키 훈련법 (Feat.레버리지) (14) | 2023.03.28 |
---|---|
돈은 쓰면 쓸수록 이득이다? (Feat. 가진 돈은 몽땅 써라, 레버리지) (4) | 2023.03.18 |
인생이 그렇게 단순해? (feat. 50억 벌어 교수직도 던진 최성락 투자법) (0) | 2023.02.25 |
적게 일하면서 오히려 더 잘 사는 인생 치트키 (feat. 적게 일하고 잘사는 기술) (1) | 2023.02.19 |
조종사로서 왜 나는 힘들어 했을까? (feat.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0) | 2023.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