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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종사 도전기/사업용조종사(CPL)

[CPL ep.3] 이륙과 착륙 중 무엇이 더 어려울까?(feat. American airline 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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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이륙과 착륙 중 무엇이 더 어렵나요?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착륙'이 더 어렵다고 생각을 한다. 단순한 질문 같아 보이지만 굳이 조종사로서 깊이 파고들자면 그리 간단하게 대답할 문제는 아니다. 특히 '사업용 조종사' 과정에서는 생각해 볼 것들이 많다.

이륙과 착륙 (오토파일럿이 이륙을 못하는 이유)

확실히 초기의 학생 조종사들에게는 착륙이 어렵다. 착륙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축선맞추기' , '속도조절' , '강하 각 조절' , '측풍수정' , '착륙지점 조절' 등등이 있다. 50피트 내외에서 착륙조작을 한다고 했을 때, 10여 초 정도의 시간 동안 복합적인 동작을 하는 것이다 보니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착륙은 비행의 '기본'에 속한다. 학생조종사의 입장이 아니라, 프로페셔널한 직업인 한 사람으로서의 조종사라면(사업용 조종사라면) 착륙을 안전하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대의 민항기들은 오토파일럿(Auto pilot)이라고 불리는 자동화 시스템이 있다. (세스나나 세미놀에도 기본적인 고도유지나 선회를 할 수 있는 오토파일럿 기능이 있다.) 계기접근 장치인 ILS 등의 정밀접근이 가능한 공항이라면 오토파일럿을 통해 착륙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많은 비행기들이 오토로 이륙을 해주진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륙'(Take-off)은 활주로에서 가속을 해서 충분한 양력을 얻는 것을 말한다. 비행기를 가속시키기 위해 엔진의 추력을 최고로 한다. 만약 이륙시에 엔진이 꺼지거나 비행기 결함이 생기는 등의 이유로 비정상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조종사는 급제동을 하여 활주로에 설 것인지, 비행기를 띄우고 공중에서 응급처치를 한 후 다시 착륙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은 활주로가 충분한지, 비행기 중량은 어떻게 되는지,  항공기의 제동 성능이 현재의 날씨와 활주로 상황에서 어느 정도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항공기 운용 절차상, 조종사가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V1이라는 속도를 정해놓고 이 속도 이하에서 비정상 상황이 발생하면 Stop, 이 속도 이상에서 발생을 하면 Go를 하게 된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지난 포스팅에서 자세히 설명을 해 두었다.  

https://freepilot.kr/16

 

V1 이란 무엇일까?

항공 영화에서 이륙 장면을 보면 이런 장면들이 나옵니다. 부기장 : "V1" 기장 : "Checked" 부기장 :"VR" 기장 : "Rotate" 여기서 V1 이란 용어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Takeoff Descision Speed, V1 V1 은 Takeoff Descisio

freepilot.kr

이륙단념 : Rejected Take-Off , RTO

만약 500명의 승객이 탑승한 A380 항공기가 이륙을 위한 지상활주 중에 엔진 결함이 발생했다고 해보자. v1 직전에 발생을 했다면? 조종사는 절차에 따라 비행기를 급제동하고 활주로에 세울 것이다. Reverse Thrust 라고 불리는 엔진의 역추진을 최대로 하고, auto brake 시스템은 항공기가 가진 최대의 제동성능으로 비행기를 세운다. 이것을 '이륙단념' Rejected Take- Off , RTO라고 한다. 이 상황이 발생하면 비행기는 어떻게 될까?  이 과정에서 심한 마찰로 인해 항공기 타이어는 고열이 되고 몇몇은 터지거나 타게 될 수도 있다. 'stop way'라고 불리는 활주로 밖의 공간으로 비행기가 나갈 수도 있다. 이륙단념, RTO는 매우 위험한 조작이다. 실제로 발생하면 어떤 상황으로 이어질지 예측이 어렵다. 고열의 타이어나 파편으로 인한 화재가능성도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hsjq6jUfGQ

시카고 오헤어공항에서 RTO를 한 AA383의 동영상 

위의 동영상처럼 항공기의 'Evacuation' 절차까지 상황이 이어지게 될 수도 있다. 항공기에서 대피하는 상황을 의미하는 'evacuation 절차'는 골든타임이 매우 짧은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 매 1초를 절약해야 한다. 기장-부기장-승무원간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승객들의 부상도 있을 수 있다. 위 동영상에서 승객의 인터뷰를 보면, 화재가 난 상태에서 조종사가 바로 문을 열어주지 않아 승객들은 우왕좌왕하며 왜 문을 열지 않느냐고 항의도 한다. 즉시 항공기 비상문을 열고 슬라이드를 펼치지 않은 것은 조종사들의 절차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비상탈출을 하기 전에 엔진을 끄고 모든 화재장치들을 작동시킨 후에 탈출을 해야 한다. 엔진을 켠 상황에서 탈출을 할 경우 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정상 상황 / 비정상 상황에서의 이륙

물론 이런 상황은 대부분의 비행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나는 10여년간 비행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실제로 이륙단념을 해본 적이 없다.(시뮬레이터에서는 많이 해보았지만...) 정상적인 상황에서의 이륙은 평온하다. 착륙보다 조작도 더 쉽다고 할 수 있다. wind correction을 하면서 축선을 맞추고 Vr: Rotation speed 가 되었을 때 일정한 rate로 기수를 올리면 된다. 그러나 위의 상황처럼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좋은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한다. 무조건 활주로에 세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활주로에 세웠을 경우 생길 화재, evacuation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비행기 결함에 따라 결함을 가지고 이륙을 하는 것도 정답이 아닐 때가 있다.(진리의 케바케....) 이 많은 변수들을 고려하고 판단을 내리며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Auto pilot으로 이륙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사업용 조종사로서 이착륙을 대하는 자세

이야기가 길었지만, 이륙과 착륙이 어느 쪽이 더 어려운가를 논하기엔 이런 배경지식들이 필요하다. 착륙도 쉬운 것은 아니다. 측풍이 많거나, 바람이 일정하지 않고 들쭉날쭉한 (Gust) 상황에서는 경험 많은 조종사들도 긴장을 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이 질문의 답은 이렇다. 

정상 상황에서는 착륙이 어렵고, 비정상 상황에서는 이륙이 어렵다.

또한 이륙의 비정상 상황을 대처하는 방법도 single engine과 multi-engine의 차이가 있다. 이런 부분이 사업용 조종사에서 다뤄질 VMC Demonstration 기동과도 연관이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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