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조종사가 교관을 욕하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 대부분의 경우 문제는 학생 조종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교관은 비행 중에 학생을 가르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안전 책임자의 역할도 해야 한다. 당연하게도 후자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를 학생조종사도 이해해야 하며, 그래서 교관을 존중하고 믿고 따라야 한다. 그러나 모든 법칙에도 예외는 있고 사람들은 각자 다르며 그 사람들의 비행 또한 모두 다르다.
교관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생각
비행은 전문적인 직업영역이다. 특수한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가진 사람만 항공기 조종을 할 수 있다. 비행교관도 아무 조종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교관자격증(CFI)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다. 전문성을 가지고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개인의 직업적 역량에 대해 객관적 검증을 받았고 거기에 권한과 책임이 있음을 말한다. 나는 그런 큰 틀에서 교관을 대한다. 특히 항공사에 소속되어 많은 교관님들을 만나면서 그런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교관마다 비행을 대하는 철학과 방법이 다를 수 있다. 10명의 교관이 있다면 10개의 비행방법과 교육이 있다. 그런 부분이 제도와 시스템에 의해 검증된 것이고, 교관의 권한과 책임이 있기에 그 전문성에 대해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교육자로서 그것이 옳은 것이고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나의 내면에 깔린 기본적인 교관에 대한 생각이다.
사업용 조종사 과정의 교관 Parker
내 사업용조종사 과정의 교관인 Parker. 그는 나의 10년이 넘는 비행 생활 중 지금껏 겪어봤던 교관 중 가장 독특했다. 아직도 그를 생각하면 그 특유의 시니컬한 표정과 말투가 떠오른다.
"Wha.. wha.. wha.. what are you doing? "
"워워워워..워리유 두잉?" 비행 중에 이 말을 수십 번을 했다. what을 수차례 더듬는 것이 포인트인데, 그 과장된 표정과 말투를 보고 있자면 속으로 욕이 나올 정도였다. 나와 최상훈은 처음에는 Parker의 이런 성격에 당황했다. 그러나 몇 번의 비행을 같이하면서 각자 서로의 대응책을 찾았다.
유창한 영어실력을 가진 최상훈은 비행중에 Parker와 논쟁을 벌였다. 그러면 Parker는 수긍할 때도 있고, 흥분해서 언성이 높아질 때도 있었다. 몇 차례 이런 상황이 발생하자 Parker는 최상훈을 존중하기 시작했다.
나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Parker에게 대응했다. Parker의 높은 언성과 심한 욕, 요구사항들을 그저 참고 묵묵히 따랐다. 이런 방식은 결과적으로 독이 되었다. Parker는 최상훈에 비해 나에게 더 심하게 굴기 시작했다. 역시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는 것을 보여줬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두 번의 fail로 의기소침해져 있었고, 교관을 바꾸는 것에 대해 생각도 못해보았다.
Parker의 교육법
Parker는 나의 영어실력을 문제삼았다. 나에게 비행학교 안에서는 일체 한국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 당시에는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지만 납득이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교육적인 목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시간이 내게 도움이 되었으니까. 그런 과정을 통해 내 영어실력을 향상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고 동기 유발을 해 주기도 했으니까.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는 것은 비행조작에 관한 것이었다. 세미놀 비행기에 대해 어느정도 익숙해질 때쯤이었다. 나와 최상훈이 세미놀을 어느 정도 능숙하게 착륙할 수 있게 되자, Parker는 final에서의 power 변화를 못하게 했다. Parker의 논리는 아직도 이해를 할 수가 없는데, 그 이유인즉슨 상업용 비행기들은 engine 추력이 크기 때문에 final에서 power를 일정하게 가지고 변화 없이 approach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power의 수정량이 많아서 그것을 지적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야겠지만, Parker의 교수법은 좀 달랐다. power를 고정시키고 조금의 수정도 허용하지 않았다. 세미놀의 throatle lever(power를 조절하는 lever)를 본인이 쥐고 내가 컨트롤을 하지 못하게 했다. 나는 yoke만으로 조작을 해야 했다.
시간이 흘러 대단하지는 않지만 1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조종사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 방법에 동의를 할 수가 없다. 수백명이 타는 대형기를 운용할 때도 power 조작은 계속해서 하게 된다. 물론 수정량을 적게 하는 대신 수정을 빨리하면 할수록 조종사가 비행기를 조작하는데 유리하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final에서 power setting을 고정하고 내리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Parker가 몇 번 시범을 보여주기는 했다. 잘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금 나의 생각으로는 power setting을 normal한 상태보다 높게 가져가고 속도를 많이 가져가는 방식으로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고서는 power setting을 고정시킨 채 강하각을 유지하며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람의 방향이 늘 일정한 것이 아니고 외부상황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수십 번의 Go Around
Parker는 throatle lever를 본인이 쥐고 접근이 조금만 맘에 들지 않으면 power를 full로 집어넣어 버렸다. 활주로 접근단계에서 그렇게 해버리면 go around를 할 수밖에 없다. 하루에 go around를 10번 이상씩 한 적도 있었다. 날씨가 나쁜 것도 아니고 정상적인 접근을 하는 과정에서 말이다.
조종사로서 그때의 상황을 다시 복기해본다. 그때 나는 경험이 없고 비행이 미숙했다. Parker가 내게 가르쳐 주려고 했던 비행원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의 교육을 잘 이해 못 했을 수도 있고, 그가 원했던 것을 끝까지 해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학생이고, 그는 비행교관이었다. 최상훈은 같은 상황에서 Parker에게 욕을 하고 힘으로 throatle lever를 밀어 넣으며 속도를 조절하기도 했다. 그리고 최대한 그 상황에서도 착륙을 시도했다.
서두에 밝힌 교관에 대한 내 생각은 Parker에게도 적용된다. 나는 전문적 자격을 가진 비행교관으로서의 Parker를 존중하고 인정한다. 나의 미숙함이 Parker를 그런 교육을 하도록 상황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Parker가 왜 그런 교수법을 강조했는지 아직도 알 수 없다. 정말 궁금하다. 왜 그런식으로 했는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학생조종사가 교관을 욕하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 교관의 교육을 잘 따르지 못했던 내 잘못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참 억울한 감정이 있었는데,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그저 궁금하다. 왜 그랬는지. 그 방법이 비행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배워보고도 싶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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