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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종사 도전기/계기비행증명(IR)

[계기비행 ep.10] 교관의 뜻밖의 제안 (IR progress check 3)

프로그레스 체크가 잡혔다. 계기비행 교관인 쌤(SAM)은 매우 계획적이고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자가용 면장을 취득하는데 고생했고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계기비행과정을 동기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쌤의 진도 관리 덕분에 계기비행과정 막바지에 이르자 나의 진도가 가장 빠른 편에 속했다. 

어프로치 연습

Instrument approach는 '절차연습'이 80% 였다. 절차(procedure)를 달달달 외웠다. 매일 머릿속으로 비행 절차를 연습했다. 이륙해서 고도를 얼마까지 올라간 뒤 어떻게 선회를 하고, 관제사와 교신을 어떻게 하고, 차트는 어떤 순서로 준비를 해두고, 어프로치 셋업, 브리핑, 디테일한 어프로치 수행... 이런 과정들을 머릿속으로 무수히 반복했다. 관제 frequency나 VOR frequency까지 다 외울 정도였다. 어프로치 브리핑을 위해서 차트도 거의 달달달 외웠다. 그래도 자가용 비행과정 때보다는 뭔가 내가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쌤도 나의 비행에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잘되고 있는 것 같았다. 

approach 연습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표준출항절차(SID : Standard Instrument Departure) 연습도 착실히 했다. 디어밸리 공항에서 Deervalley 1 departure라고 불리는 SID를 따라 이륙을 한 뒤 Glendale에서 VOR approach를 하고 Scottsdale에서 ILS approach를 한 뒤 마지막으로 Deervalley 공항으로 돌아와 GPS approach를 했다. IR progress check 3도 똑같은 순서대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뜻밖의 제안 

Chief pilot 인 벤(Ben)과 선임교관인 토빈(Tobin)이 나를 불렀다. 잔뜩 긴장해서 교관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들은 뜻밖의 제안을 했다. 프로그레스 체크 3을 학교의 교관이 아닌 FAA checker 가 진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이었다. 프로그레스 체크는 학교교관과 함께 타는 것이 원칙이었다. FAA에서 새로 심사관을 임명하는데 심사관 임명을 위한 심사비행을 내 프로그레스 체크로 한다는 것이다. checker를 check 하는 비행인 것이다. 심사관 두 명이 타서 한 명은 나를 심사하고 다른 한 명은 심사관을 심사한다. 이 불편한 비행을 하는 대신에 프로그레스 체크 3을 합격하면 따로 FAA checkride 없이 바로 계기비행증명을 발행해 주는 조건이었다. 

좀 고민이 되었다. 이걸 수락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학교의 교관들과는 그래도 안면도 있고 이래저래 친분을 쌓아서 익숙했지만 새로운 FAA 교관이 내 심사를 보다니... 그것도 심사관 두 명과 같이 비행을 해야 하다니... 사실상 FAA check이었다. 하지만 부담스러운 체크를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에 혹하기도 했다. 계기비행 연습으로 아주 조금은 자신감이 붙었다고는 했지만 자가용면장 과정에서의 힘든 기억이 이미 트라우마로 남아서 나는 나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Chief pilot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내 결정에 맡기겠다고 하였다. 다음 날 답을 주기로 하고 교관회의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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