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비행 과정의 처음은 시뮬레이터를 이용해서 했다. 대략 20시간 정도를 비행학교에 있는 Simulator로 교육을 받고 IR progress check 1도 시뮬레이터로 받아야 했다. 학교에 있는 시뮬레이터는 조종간(yoke)과 파워를 조절하는 쓰로틀 레버(Throttle lever)로 간단히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앞에 큰 모니터 세 개가 있었다. 모션도 없고 계기와 스위치도 모니터에서 그래픽으로 구현되는, 말하자면 세미 시뮬레이터였다. 그 당시에는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조종사로 에어라인 생활을 하고 몇 년이 흘러 그 기억을 회상해 보자니 좀 조잡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교관 Sam과 IR 비행 수업을 처음으로 했다. 시뮬레이터로 하는 수업은 기본적인 climb, descend, turn, level flight 등 이었다. PPL과 다른 점은 PPL은 시야를 이용해 시각적으로(Visual) 비행을 했다면 IR 비행은 계기로 비행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것이 Visual Flight Rules(VFR)와 Instrument Flight Rules(IFR)의 차이점이다. 예를 들면 IFR에서는 turn을 할 때에도 자세계를 이용해서 bank량을 정확히 맞춰야 했다. climb, descend 할 때도 정확한 climb rate, descend rate를 맞춰서 조작해주어야 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 계기의 빠른 cross check이다. 비행의 가장 중심이 되는 자세계(attitude instrument)를 기준으로 pitch, bank 량을 보면서 속도, 방향(Heading), 고도 변화량(FPM/ Feet per minute)을 수시로 체크해서 비행기를 안정적으로 조종해야 했다. 시야의 중심을 자세계에 두고 시선을 두루 움직이며 cross check을 해야 하는 것이다.
교관과의 상성
Sam의 교수법은 나의 PPL 교관이었던 피트와는 많이 달랐다. 다혈질이었던 피트에 비해 Sam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었다. 내게는 Sam의 방식이 잘 맞았다. 사실 아마도 누구나 피트보다는 Sam이 나았을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비행을 잘한다'라고 할 때 그 의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비행 훈련생이 이런 말을 들으려면 꼭 필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교관에 대한 independency다. 즉, 어떤 교관이더라도 비행을 일정수준 이상은 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종사 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 다양한 교육과, 훈련과 체크를 해보고 그러면서 많은 교관님들을 만나보았지만 정말이지 다 다르셨다. 비행 교관이 되려면 전문적인 지식과 기량을 쌓기 위해서 꾸준한 연구와 공부,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일정 부분 전문 지식수준이 높아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되면 '자부심'이 생기게 된다. 그것을 '전문성'이라고 한다. 즉, 전문성은 본인의 전문지식에 대한 믿음이 필연적이다. 자기의 지식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어떤 사람을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교관 정도의 지식수준에 이르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어떤 식으로든 나오게 된다. 때문에 교관들의 스타일은 개개인의 개성이 일정 수준 들어갈 수 밖에 없으며 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서운 교관님, 친절한 교관님, 기준이 높은/낮은 교관님, 본인 만의 철학이 있는 교관님, 등등 많은 교관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Trainee의 입장에서는 어떤 instructor를 만나든 그 가르침을 제대로 배우고 소화해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같은 피트라는 교관을 만났지만, 최상훈은 우리 동기 중 가장 먼저 PPL을 취득했고 반면에 나는 가장 늦게 PPL을 취득하며 고생했던 것처럼.
하지만, 그래도 사람간의 상성은 있는 법이다. 내게 맞는 교관을 만나는 것은 그냥 그 사람의 복이다. 난이도가 조금은 낮아지는 것이다. 다행히도 Sam에게 교육을 받으면서는 IR 교육 과정은 좀 PPL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IR Progress Check 1
IR 프로그레스 첵 1은 시뮬레이터를 이용해서 30도 bank turn, 45도 bank steep turn, +500 fpm climb, -500 fpm descend, climb turn, descend turn 등등 제한된 조건치 안에서 기동을 하는 그런 것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고도 변화 제한치 100ft , 속도 변화 제한치 10knot 같은 조건이 있었던 것 같다. oral test로 비행기 계기들의 작동원리나, IFR 항공법, VOR, DME 등의 Navigation aid , 등등에 대한 것들도 했던 기억이 난다. 다른 progress check들 보다는 평이했던 기억이 있다. (잘 기억이 안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계기비행 기본 훈련과정은 끝이 났고, 이제 비행 중 시야를 차단하는 장비인 '후드'를 쓰고 직접 비행기를 타고 계기비행을 하는 훈련이 시작되었다.
계절은 바뀌고, 열사의 땅 애리조나는 점점 더 뜨거워져 가고 있었다. 여름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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