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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종사 도전기/계기비행증명(IR)

[계기비행 ep.5] PPL과정이 어렵나요? IR 과정이 어렵나요?

시계비행 vs 계기비행 (VFR vs IFR)

머리에 후드를 쓰고 계기비행 연습을 하면서 PPL때 했던 시계비행과 차이점들을 많이 느꼈다. PPL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아무래도 Aircraft Handling. 세스나 172 비행기를 얼마나 안전하게 다룰 줄 아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엔진 시동, 택시, 이륙, 기동연습, 착륙, 파킹까지 비행기 운용에 관한 것들이 주요 교육 사항이었고 평가 때도 그런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체크했었다.

반면, 계기비행은 navigation과 'procedure' 라고 하는 단계별 수행사항들이 중요 포인트였다. 비행기를 조종하면서 navigation을 계기만 보고 해야 한다. 내가 어디에 있고 목표지점은 어떻게 식별하며 어떤 경로를 통해서 도달할 것인지를 정확히 알고 수행해야 한다.

자동차 운전 비유

정확하진 않지만 비유를 들어보자면 자동차를 운전해서 출발지점 A에서 목표지점 B까지 가야할 때 표지판이나 지형지물 등의 참고점을 보고 B까지 가는 것이 '시계비행'과 비슷하고, 내비게이션 장치를 이용해 B까지 가는 것이 '계기비행'과 비슷하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비행기에도 gps 등의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GPS, GNSS등의 위성항법장치 이외에도 지상에 설치된 장치들을 이용해 하늘 위에서 내 위치와 목표지점을 식별할 수 있는 VOR, NDB, DME 등의 지상 항법장치들이 이곳저곳에 설치되어 있어 계기비행을 할 수 있게 조종사들을 도와준다.

'자동차의 네비게이션을 이용한 운전'의 비유는 계기비행은 비슷한 점이 많지만, 다른 점도 많다. 특히 다른 점은 자동차의 길은 눈에 보이지만 비행기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항로(Airway)와 공역(Air space)

한반도의 항로(airway)가 그려진 chart
공역(air space)에 대한 설명, class A, B, C, D, E, G가 있다.

 

비행기는 길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3차원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항로(airway)'라고 정해진  공간을 비행해야 한다. 그리고 '공역(air space)'들이 3차원 공간상에서 구분 지어져 있어서, 조종사는 비행을 하기 전에 자신이 비행할 지역이 어떤 air space이고 누구에게 허가를 받고 들어갈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항로와 공역은 조종사가 비행기 내의 시스템과 위성항법시설, 또는 지상 항법 시설을 적절히 운영하지 않으면 식별을 할 수가 없다. 자동차는 운전법만 익히면 눈에 보이는 공도를 돌아다닐 수 있지만 비행기는 운전법만 안다고 항로를 돌아다닐 수가 없다. 길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할까.

항로를 식별하는 방법과 입출입절차를 알아야 비로소 항로를 이용할 수가 있다. 이것이 계기비행의 큰 부분 중 하나이다.

PPL과정이 어렵나요? IR 과정이 어렵나요?

개인적으로는 시계비행을 배웠던 PPL과정보다 계기비행이 조금 더 할만하긴 했다. 비행 조종술이 더 중점이었던 PPL과정에서는 개개인의 적성과 기량이 중요했던 반면 계기비행 과정은 스스로 준비하고 공부하면 어느 정도 진도를 따라갈 수 있었다. 말하자면 PPL은 개인의 비행 적성의 비중이 큰 영역이라면 계기비행은 노력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계기비행은 시계비행보다 실수에 엄격하다. 다시 자동차 비유로 들자면, 시계비행은 조금 돌아가도 목적지 B에 도착하면 오케이였지만 계기비행의 경우에는 A에서 B까지 가는 모든 경로가 평가 대상이다. 즉 네비게이션이 가르쳐주는 길을 벗어나면 탈락이란 소리다. 조종사는 매 순간 내가 정확히 어느 곳에 위치하는지,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Situational Awareness라고 하는 이 능력은 훈련조종사, 민항기 조종사, 어떤 조종사를 막론하고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holding entry. 비행기의 위치에 따라 비행기가 가야 할 경로(빨간색)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holding entry라고 하는 pattern은 위의 그림처럼 세 가지 종류인 direct, parralel, teardrop이라고 하는 세 가지 패턴이 있는데 , 조종사는 자기 상황을 잘 파악해서 3가지 entry 중 적절한 엔트리를 선택해서 3차원 공간상에 정확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 즉 관제사가 instruction을 주면 3지 선다형 문제를 풀어서 정답을 고르고 그 정답으로 비행기로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것이다. '비행기를 조종하면서 관제사와 교신을 통해 인스트럭션을 듣고 문제를 푼뒤 비행기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림을 그릴 때 내가 얼마나 왔고 다음번에는 왼쪽으로 턴할지, 오른쪽으로 턴할지 , 몇 도나 턴할지, 등을 계산해야 한다. 속도, 고도 유지 등의 기본적인 항공기 조종은 당연히 동시에 해야 한다.
왼쪽으로 턴해야 하는데 오른쪽으로 턴했다면..? 바로 알아차리고 다시 기수를 돌려 왼쪽으로 가도 이미 비행기의 그림은 흐트러진다. 그러면 탈락이다.

시계비행으로 비행할때는 목적지까지 가다가 왼쪽으로 갔다가 이 길이 아닌 것 같아 오른쪽으로 틀었다고 해도 허용되지만 계기비행에서는 이런 부분이 엄격하다고 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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