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학교의 IR(계기비행 증명) 과정은
Ground School : 대략 2주
시뮬레이터 훈련 : 대략 10시간의 시뮬레이터 비행시간
실비행 : 대략 50시간 실 비행시간
이렇게 짜여있었다.
나는 PPL(자가용 면장)을 취득하고 휴식 없이 바로 IR 교육을 받아야 했다. 회사가 정해놓은 교육기간을 간당간당하게 남겨놓고 PPL을 취득했기 때문에 여유가 없었다. 조금 더 지체했더라면 다른 동기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다. PPL 취득까지 총 비행시간도 다른 동기들은 70~80시간대 정도였는데 나는 100시간을 한두 시간 남겨놓은 90시간 후반 정도였다.
사실 실비행 시간은 100시간을 넘었는데 100시간이 넘으면 회사가 안 좋게 본다며 비행학교에서 비행시간 로깅을 안 하도록 해주어서 공식적으로는 90시간대로 PPL을 마칠 수 있었다.
항공사 채용 과정에서 자가용 취득 시간을 본다는 썰이 있긴 한데 정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대부분 100시간을 넘지 않는 선에서 교육을 마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휴식 없이 바로 교육을 들어가긴 했지만 마음은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 PPL과정에서 progress check을 한번 떨어지긴 했지만 어찌 됐든 한 과정을 무사히 넘겼고, 미국에 온 지 3개월 정도가 지나면서 미국 생활 적응도 어느 정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라운드 스쿨을 진행하는 2주 동안 조금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숙소 변경
처음 애리조나에 왔을 땐 겨울이었다. 사막지역이지만 새벽녘엔 쌀쌀했던 애리조나의 짧은 겨울도 가고 봄이 왔다. 우리나라의 봄처럼 색색의 꽃이 피는 봄은 아니었지만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일교차가 심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계절이 바뀌고, 교육과정도 IR 과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편조와 숙소도 부분적으로 변화가 생겼다.
ep.9 떠나는 사람, 남는 사람 편 내용에서 등장했던 '이승훈'이 PPL과정 중에 스스로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뒤, 이승훈의 방이 비어있었다. 우리 동기들은 숙소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회의를 했다. 회사와 비행학교에서 지정해 준 우리 동기들의 숙소는 4인실 1개, 3인실 1개, 2인실 1개로 총 9명이 생활을 했는데, 이승훈이 사용했던 방은 2인실이었다. 그 집에서 이승훈의 편조였던 오영근 혼자 살고 있었다.
3인실을 쓰던 형들은 본인들의 숙소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 것 같았다. 3인실은 방 2개에 거실 하나로, 거실을 방처럼 변경하면 각자가 개인 공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3개월씩 로테이션을 돌려서 방을 바꾸는 방식으로 공평하게 배분했기에 내가 보기에도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문제는 4인실을 사용하던 우리 집이었다. 4인실 숙소는 큰방 1개, 작은방 1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형이었던 윤성범과 문정호가 큰 방을 사용했고, 나와 최상훈이 작은 방을 사용했었다. 작은 방은 침대 2개만 있는 방이라 공부를 하려면 별도의 공간으로 가서 해야 했다. 나와 최상훈은 인근의 커피숍이나 아파트 라운지 같은 곳에 가서 공부를 했었다.
윤성범과 문정호는 이해관계가 걸린 결정에서 늘 본인들이 '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득을 취하려고 했다. 나와 최상훈은 그런 모습을 보고 그들에게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같이 생활하다 보니 공유를 하는 부분도 많고 그런 부분에서 하나씩 하나씩 부딪히는 면이 많았다. 1명이 비게 된 2인실 숙소를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해 논의를 할 때도 어떻게든 본인들이 2인실 숙소로 이사가려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본인들이 나이가 많다는 지위를 이용해서 이미 '큰 방'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2인실 숙소로 옮길 명분이 딱 히 없었다. 그들은 책상도 있고 전용 화장실도 있는 방을 사용했기 때문에 충분히 편하게 살고 있었다. 결국 나와 최상훈이 2인실 숙소로 가기로 하고 오영근이 우리가 사용했던 작은방을 혼자 사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가장 깔끔한 방법이었다. 윤성범과 문정호 외에는 반대하는 이가 없었다.
새로운 반장
IR 과정이 시작되면서 반장도 교체를 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문정호가 거짓으로 회사에 보고를 했던 것들이 밝혀지기도 했고 회사에서도 매 과정마다 반장을 바꾸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동기 중에 교육 성적이 가장 우수했고 영어 실력도 출중해서 비행학교 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최상훈이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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