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는 재자격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훈련 준비를 위해 매뉴얼 공부를 하고 밤에는 새벽까지 시뮬레이터(Simulator)를 타고 그러면서 쉬는 날에는 아이 아빠로서 아이도 간간히 보고 집안일도 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재자격 훈련을 받고 있자니 10여 년 전 항공사에 입사해서 부기장 초기교육을 받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그때를 회상하며 조종사로서 항공사에 입사하면 어떤 교육과 과정을 거쳐 부기장에 임명되는지 적어볼까 합니다.
1. 기본면장 취득과 입사
군 경력이든, 민 경력이든 항공사에 조종사로서 입사를 하려면, 기본 면장(자격증)이 있어야 합니다. 3가지의 기본 면장은 자가용 조종사(PPL: Private Pilot License) , 계기비행 증명(IR : Instrument Rating), 사업용 조종사(CPL:Commercial Pilot Lisence)입니다. 군 경력이 아닌 민 경력 조종사들은 사설 비행교육기관에서 이 과정을 취득하고, 기간은 대략 1년 정도 걸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참고 바랍니다.
세 가지 면장을 취득하면 '항공사 지원 자격'을 얻는 것입니다. 지원자들 중에 면접, 구술 테스트, 시뮬레이터 테스트 등을 거쳐 항공사 입사를 하게 됩니다. 입사 후에는 기본적인 회사 입사 교육, orientation 등이 이루어집니다.
2. JET RATING (CITATION)
기본 면장은 연습용 항공기로 취득합니다. CESSNA, PIPER, ARROW 같은 항공기들인데 프로펠러기 들입니다. 민간항공사의 항공기들은 터보팬, 터보제트, 터보 프랍 같은 제트엔진(Jet Engine) 항공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트 엔진 항공기의 rating을 추가로 취득해야 합니다. jet 항공기 중 traing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Cessna 사(社)의 'CITATION'이라는 항공기를 주로 사용합니다. 항공사에 따라서 입사 전에 jet rating을 취득하고 입사하기를 요구하는 항공사도 있습니다. 대략 1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3. '2 Pilot Concept' Training
민간 여객기들은 2 Pilot concept procedure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PF (Pilot Flying)와 PM(Pilot Monitoring)으로 역할을 나누어서 항공기를 운용하도록 합니다. 두 명의 조종사중 누가 조작하고, 누가 이 조작을 확인하는지 절차들이 명확히 나누어져 있습니다. 스위치 조작을 할 때도 누가 어떤 스위치를 조작하고, 이 스위치 조작을 다른 조종사가 확인하고, 그 확인했음을 말로 확인하는(Call out) 절차가 정해져 있습니다. 즉, 조종사의 임의로 아무렇게나 조작하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두 조종사의 액션과 콜 아웃이 모두 절차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것을 2 pilot concept이라고 합니다. 제가 다니는 항공사에서는 이 교육을 위해서 JTS(Jet Transportaion Simulator)라는 교육과정이 있습니다. 시뮬레이터를 이용해서 2 pilot concept 절차를 교육받는 과정입니다. 교육 끝에는 교관과 체크도 있습니다. 1~2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4. 기종 배정과 Type Rating 취득
이제 대망의 기종 배정을 받습니다. 조종사에게 초기기종은 그 조종사의 직업적 커리어를 상당부분 좌우하는 큰 부분입니다. 에어버스냐 보잉이냐의 큰 갈림길이 정해지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물론 초기기종의 제작사를 평생 타는 것은 아닙니다. 에어버스 비행기를 조종하다 보잉 비행기로 기종전환을 하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제작사간의 기종전환이 더 용이하고 비용도 적기 때문에 같은 계열로 기종 전환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직을 할 때에도 해당항공사가 보유한 기종의 타입레이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best seller 항공기인 B737, A320 같은 항공기들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수요가 많기 때문에 선호하는 기종들 입니다.
기종배정을 받으면, 그 기종을 조종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합니다. 이것을 Type rating이라고 합니다. 지난번에도 설명드렸듯이 자동차는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거의 모든 자가용 승용차들을 운전할 수 있지만 비행기는 각 모델(기종)에 맞는 자격증을 취득해야 조종을 할 수 있습니다. Type rating을 취득하기 위해서 Ground school, FBS, FFS 같은 과정을 하게 됩니다. 이론교육을 받고 시뮬레이터(Simulator)를 이용해 교육을 받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기본적인 normal procedure를 배우고, 각종 abnormal 상황에 대한 훈련을 하게 됩니다. 주로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비정상 상황(abnormal procedure)에 대한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대략 6개월 정도의 기간이 걸립니다. 마지막에는 체크 비행을 통해 국토교통부에서 발행하는 기종 자격을 취득하게 됩니다.
5. OE (Operation Experience) 훈련
이제 부기장 임명을 위한 마지막 단계입니다. Type rating 교육은 주로 비정상 상황에 대한 교육이었다고 하면, 이제는 실제로 운항중인 비행기를 교관 기장과 함께 비행하면서 정상상황에 대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게 됩니다. 국내선, 국제선의 여러 취항지를 직접 비행하면서 실제로 비행을 하면 어떤지 몸으로 익히게 됩니다. 시뮬레이터로 배웠다고 해서 비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비행기에 가서 쇼업, 비행자료 준비, 승무원 브리핑, 항공기 준비 및 셋업, 승객들 보딩, 이륙, 순항, 접근, 착륙, 택시, 파킹, 승객들 하기 등과 같은 운항을 경험하고 배우게 됩니다. destination의 특수 절차들도 배웁니다. 공항의 소음 경감 절차(Noise abatement procedure), 관제사들과의 교신 절차(ATC : Air Traffic Control)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총 60번의 편도 비행(60 LEG라고 합니다.)을 하게 되며, 마지막에는 국토부 위촉심사관 자격을 지닌 교관과 체크 비행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항공사의 부기장 duty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됩니다.
OE는 실제 승객들을 태우고 운항을 하는 훈련이기 때문에, 실수가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성 부기장이 함께 탑승하여 피교육생을 monitoring 하게 됩니다. 이를 safety pilot이라고 합니다.
OE 훈련은 대략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렇게 많은 훈련과 체크들을 통하여 항공사에 맞는 Standard에 부합한 부기장을 길러냅니다. 기본면장을 취득하는데 1년 정도의 비행훈련이 필요하고, 항공사 입사 후 다시 대략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각 훈련 과정에서 체크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 재시험의 기회가 부여되고 2차에서도 satisfied 되지 못하면 훈련생은 훈련 기회를 잃게 됩니다. 그러므로 훈련생들은 훈련을 받는 동안에는 집중하여 절차를 연습하고 항공기 시스템 공부를 많이 합니다.
새삼 옛 기억을 되살려 가며 글을 써 보았습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즐겁고 재미있는 기억들이었습니다. 특히 OE 훈련을 위해 처음으로 비행기 조종석(cockpit)에 들어섰을 때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금 저는 코로나 이후 소멸되었던 자격을 되살리는 재자격 훈련을 위해 type raitng 과정을 막 마쳤습니다. 이제 OE 훈련을 앞두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다녔던 뉴욕, LA, 프랑크푸르트 등의 목적지들을 다시 공부하니 그립기도 하네요. 다시 공부하러 가봐야겠습니다. 독자님들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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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조종사 도전기를 에피소드별로 적어보았습니다. 노베이스에서 시작해 고군분투하며 어떻게 조종사가 되었는지 궁금하시다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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