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에 도착한 것은 늦은 밤이었다. 비행학교에서 행정업무를 맡고 있는 제인(Jane)이 우리를 픽업해 주기 위해 나와있었다. 미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유명한 프랜차이즈 인 앤 아웃 버거에 가서 햄버거도 사주었다. 그 후 그녀는 우리를 숙소로 태워주었다. 숙소에서 간단한 향후 일정들을 설명해 주고 돌아갔다.
숙소는 비행학교에서 정해주는 아파트단지에 렌트를 해서 마련했다. 물론 렌트비는 교육비에 포함되어 있었다. 편조들끼리 같은 숙소를 사용했는데, 무조건 2인 1실은 아니고 큰 집의 경우에는 4인 1실도 있었다. 내가 살 집에는 편조인 최상훈을 포함해서 내가 편조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던 윤성범, 그리고 문정호 이렇게 4인이 같은 집을 배정받았다. 윤성범과 문정호는 우리 동기 중에 나이가 가장 많은 형들로 윤성범은 고시공부를 하다가 입사를 했고, 문정호는 외국계 IT기업에 다니다가 이직을 했다. 문정호는 우리 동기들의 반장을 해서 맡형과 같은 이미지였다.
비행교관 피트
다음날 비행학교로 등교했다. 앞으로의 교육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주일간 그라운드 수업을 듣고 다음부터는 그라운드와 실비행 교육을 병행하게 된다. 그리고 교관을 배정받았다. 우리 편조(나와 최상훈)의 첫 번째 교관은 피트였다.
피트는 20대 초반의 독일계 미국인으로 키가 거의 2미터에 가까운 거구였다. 정리되지 않은 턱수염과 콧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있었다. 이 사람이 진짜 동생인가 싶은 외모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비행교육을 받아서 어린 나이에 비행교관 자격을 얻었다고 했다. 미국에 오기 전 회사에서 선배들이 교관들에 대해 말해줬을 때 좋은 교관과 나쁜 교관을 나눠서 이야기해줬는데, 피트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교관이라고 했었던 기억이 났다. 선배들이 평가한 교관 별점 ★★★☆☆. 비행은 어느 정도 잘하는데 이론이 좀 약하고 가끔 다혈질이라고 했다. 훗날 비행학교를 다니면서 보니까 피트가 치프 인스트럭터(선배 비행교관들)에게 핀잔을 듣는 것을 가끔 볼 수 있었다. 면도도 깔끔히 하고 비행 공부도 좀 하라는 내용들이었다.
우리는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같이 식사도 하면서 좀 친해졌다. 비행교육에서 교관은 정말 중요하다는 선배들의 말이 있었기 때문에 최상훈과 나는 한국에서 펜을 선물로 준비해 갔었다. Korean way로 한국식 선물이라며 피트에게 주었다. 우리를 잘 가르쳐달라는 일종의 뇌물이었다.
FAR : Part 61 vs Part 141
미국비행교육은 미연방 항공 법인 FAR(Faderal Aviation Regulation)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FAR 중에 비행교육을 다룬 부분이 part 61과 part141이 있다.
part 61은 Certification: pilots, flight instructors, and ground instructors로 비행 자격증의 취득에 관련된 규정이다. part 141은 Pilot schools로 비행교육기관에 관한 규정이다. 비행자격증을 따려면 이 두 과정 중 하나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이 둘의 차이점은 한마디로 개인이냐 기관이냐 하는 점이다. part 61은 교관자격을 가진 조종사 개인에게 비행을 배우는 것이고, part 141은 인증받은 비행교육기관에서 비행을 배우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비행교육기관이 part 141인 것은 아니다. 교육기관이 part 141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여러 인증절차들이 있는데, 비행교육기관이 그런 것을 거치지 않고 개개인의 교관들이 part 61으로 교육을 진행할 수도 있다.
한국 학생이 미국에서 비행교육을 받고자 한다면 part 141 비행교육기관에서 받는 것이 유리하다. 왜냐하면 part 141 비행교육기관에서는 M-1 비자를 발급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part 141으로 비행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둘 중 어떤 쪽이 우월한 것은 아니다. 항공사에서 part 141으로 자격을 취득하는 것을 더 우대한다는 말도 있으나 확인되지 않은 썰에 불과하고 어떤 경로든지 간에 조종사 자격을 취득하게 되면 동일한 자격을 얻는 것이다.
9번의 중간고사와 3번의 기말고사
내가 다니는 비행학교는 part 141에 정해진 syllabus 대로 교육일정이 정해져 있었다. 크게 세번의 큰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것을 FAA check라고 하는데,
1. 자가용 조종사(PPL)
2. 계기비행 증명(IR)
3. 사업용 조종사(CPL)
세 개의 자격을 취득하는 시험이다. 미연방항공청(FAA)에서 파견되는 공식 Checker 에게서 Oral test와 Flight test를 통과해야 해당 자격증을 얻게 된다.
FAA check 가 3번의 기말고사라고 한다면 기말고사를 치기전에 3번의 중간고사들을 치러야 한다. 이 중간고사를 Progress check라고 한다. 이 시험은 비행학교의 checker 교관들에 의해 치러진다. 그러니까 총 3번의 기말고사인 FAA check와 9번의 중간고사인 progress check가 있는 것이다. 이 과정 중에 FAA check에서 2번 이상 떨어지거나 progress check에서 3번 이상 떨어지면 계약해지가 되는 것이 회사 규정이었다. 즉 FAA check에서는 1번 떨어져도 되고 progress check에서는 2번 떨어져도 되는 것이다.
이제 앞으로 3개월간 피트와 함께 첫번째 기말고사인 자가용 조종사(Private Pilot) 자격을 따기 위해 매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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