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조종사들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운항을 위해 이동하는 조종사들을 보면 가끔 꽤 많은 무리의 조종사들이 비행기로 향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4명, 5명, 6명... 물론 비행시간이 긴 장거리 비행의 경우 비행 구간을 나누어 전단과 후단 담당 조종사가 있습니다. 조종사들의 임무교대와 관련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전에 포스팅한 글을 참고하세요.
https://freedompilot.tistory.com/19
이 외에도 조종사들이 많아지는 경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비행 심사나, 훈련, 교육 등의 목적으로 교관이나 심사관이 동승하는 경우가 있고, 교육 비행일 경우 safety pilot 이라고 해서 뒷좌석에 앉아 비행을 monitoring 하는 조종사도 있습니다. 조종사들도 업무상 역할이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그 역할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조종사의 직위
항공사의 조종사는 기장과 부기장이라는 '직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직위를 좀 더 세분화하면 수습부기장, 부기장, 선임부기장, 수습 기장, 기장, 선임기장, 수석기장 등등 회사가 정한 '직위'들이 있습니다. 직위는 호봉의 개념과 비슷합니다. 경력이 쌓이고 승진할 기회가 오면 시험을 통해 승진을 하는 식입니다.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승진하는 것을 '승격'이라고 합니다. 기장과 부기장의 역할은 크게 구별이 되기 때문에 여러 단계의 검증과 시험을 거쳐 승격을 진행합니다. 승격은 조종사의 커리어에서 가장 큰 관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항공사의 조종사 직위 테크트리 (예시, 항공사마다 이름과 체계는 다를 수 있다) :
수습부기장 - 부기장 - 선임부기장 - 수습기장- 기장 - 선임기장 - 수석기장
조종사 임무(Duty)의 종류
이런 구분과는 별개로, 한 번의 비행에서 다음과 같은 역할들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Duty라고 합니다.
검열운항승무원(Check Airman)
교관운항승무원(Instructor Pilot)
PIC (Pilot in Command)
RC(Route captain)
부기장
Deadhead Transportation Crew
그 날의 비행이 종료되면 Duty는 다시 reset 됩니다. 어제 검열운항승무원이었던 A기장이 오늘은 PIC가 되고 내일은 교관운항승무원이 될 수 도 있습니다.
검열운항승무원, 교관운항승무원의 차이는?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교관운항승무원(교관 조종사)들 중에서 몇몇의 조종사들은 검열운항승무원(심사관)역할을 겸할 수 있습니다.
교관운항승무원은 비행 교육을 담당하는 조종사입니다. 조종사의 교육은 스승이 제자를 1대 1로 가르치는 도제식 교육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 지기 때문에 교관이 일정수 필요합니다.
검열운항승무원은 '국토부 위촉 심사관', 또는 줄여서 '심사관'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조종사들은 각종 심사와 테스트들이 정기적, 부정기적으로 많이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받는 심사는 1년에 2회씩 받는 시뮬레이터 심사(Proficiency check)가 있고, 1년에 1회씩 받는 노선 심사(Route Check)도 있습니다. 시뮬레이터 심사는 비정상 상황에 대한 훈련과 심사를 하고, 노선 심사는 정상 상황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됩니다. 이런 심사들은 항공 안전법상으로 규정된 것이며 항공 당국(우리나라의 경우 국토교통부)으로부터 자격을 얻은 사람만이 심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국토부 위촉 심사관이라고 합니다. 국토부가 직접 심사를 진행하는 대신에 항공사마다 자체적으로 조종사들 중에 심사관을 뽑아서 이 업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준 것입니다. 항공사에 있는 모든 조종사들을 매년 심사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검열운항승무원은 조종 기량과 지식이 뛰어나고 경험이 많아 조종사들의 존경과 선망을 받는 사람으로 선발하여야 합니다. 검열운항승무원 자격을 가진 조종사는 항공사 내에서도 소수이며 그만큼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는 조종사라는 의미입니다.
PIC는 비행기를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사람
PIC는 Pilot In Command 의 약어로, 최종적인 권한과 그에 따르는 책임을 지는 사람입니다. 전에 조종사는 Controller 보다는 Decision Maker에 가깝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릴 사람이 필요합니다. 항공사의 직위 중 '기장' 으로 임명된 사람만이 PIC로서 duty를 할 수 있습니다. PIC는 승객이 탑승을 마치고 비행기 문이 닫힌 시점부터 모든 승무원, 승객, 화물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가지게 됩니다. PIC로서 duty 중이라면 설사 심사관에 의해 심사를 받고 있거나, 교관 조종사와 함께 비행하며 교육 중이라 하더라도 최종 의사 결정 권한은 PIC인 기장이 가지고 있습니다. 해당 편이 운항하는 동안에는 모든 승무원을 지휘하고 임무에 대하여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됩니다.
부기장이 맡는 duty, "Route Captain"
중장거리 노선 중에는 비행시간이 12시간 미만의 거리인 곳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기장 1명, 기장 외의 조종사 2명 (부기장 2명) 의 조종사 구성으로 비행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1 captain 3 Pilot이라고 합니다. 비행구간을 3구간으로 쪼개서 기장이 이륙과 착륙 부분을 맡고, 순항(cruise) 부분은 부기장 두 명이 담당하는 비행 방식입니다. 이럴 때 제한적으로 부기장이 기장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이 부기장의 duty를 Route Captain(RC, 항로 기장) 이라고 합니다. Route Captain은 비정상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초기대응을 하고 PIC에게 보고하여야 합니다. 이런 초기 대응에는 QRH의 Memory Item을 포함하여 즉시 조치해야 할 비정상 절차들이 포함됩니다.
Deadhead Transportation Crew
그 밖에 Deadhead Transportation Crew는 임무를 위해 승객과 같이 객실에 타고 이동하는 조종사를 의미합니다. 왕복 비행 중 한 구간을 담당하고 나머지 구간에서는 휴식을 취하거나, 타 기종의 비행기를 타고 이동 후에 목적지에서 해당 기종으로 임무교대를 하거나 등등의 항공사 스케줄에 따라 종종 조종사들이 승객으로 타고 이동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조종사의 duty가 바로 Deadhead Transportation Crew 입니다.
조종사들의 duty에 따라서 그날의 비행에 필요한 조종사 수가 많아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인천- 뉴욕 구간의 비행을 위해서 A기장, B부기장, C기장, D부기장 이렇게 4명의 조종사가 필요한데, 하필 오늘은 A기장과 B부기장이 1년에 한 번 받는 노선 심사를 받는 날이라 검열운항승무원인 E기장도 심사관의 duty로 비행을 배정받았습니다. 그런데 E기장의 심사관 자격도 1년에 한 번씩 자격시험을 봐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F 심사관도 E심사관의 '심사하는 과정'을 심사하기 위해 비행을 배정받았습니다. 그리고 또 마침 이 날은 뉴욕에서 화물을 싣고 조종사를 기다리고 있는 화물기가 있었습니다. 이 비행기를 인계받아 다시 인천으로 되돌아올 임무를 배정받고 승객으로 Deadhead Transportation Crew로 G기장과 H부기장도 탑승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오늘의 뉴욕 행 비행기에는 8명의 조종사가 탑승하게 되었네요. 이런 일이 드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일어나지 않는 상황은 아닙니다. 제가 항공사에 근무하면서 몇 번 정도 실제로 경험해 봤던 상황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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