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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아는 척 해보자

눈오는 날 승객들의 불만 feat.항공기의 Anti-Icing / De-Icing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677931.html

 

영문도 모르고 30분…항공기 출발 지연된 이유는?

서리제거 작업에 항공기 출발시각 지연…메뉴얼은 맞지만 30~40분 그대로 앉아 기다린 승객들 “설명이 아쉽다” 대한항공 “충분한 양해 구하지 못해 불편 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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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Anti-Icing / De-Icing (제방빙)에 관련된 글을 써볼까 하고 자료를 찾아보다가 2015년 2월에 한겨레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찾았습니다. 조종사로서 이런 글을 보면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승객들이 항공기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승무원(객실 승무원뿐만 아니라 조종사인 운항 승무원까지 포함입니다.)이 조금 더 디테일하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더라면 저런 오해가 생기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물론 각자의 위치에서 워낙 바쁘다 보니 상황을 다 챙기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객실 승무원들 입장에서는 운항과 관련된 절차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히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승객들에게 안내를 할 때 "원래 규정과 절차가 그렇습니다." 라고 설명하기보다는 '왜 승객이 탑승하고 De-Icing / Anti-Icing 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짤막한 설명이 있었더라면 승객들이 조금 더 쉽게 납득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e-Icing / Anti-Icing 은 왜 하는 걸까?

비행기는 기본적으로 양 날개의 양력을 이용해서 하늘을 날게 됩니다. 그런데 날개나 조종면(Control surface)에 눈과 서리 등의 결빙이 생기게 되면 양력이 감소하고, 항력이 증가하게 됩니다. 결빙 오염물질이 Wing Leading Edge에 형성되면 양력은 30%까지 감소하고, 항력은 40%까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실속 속도도 증가하게 됩니다. 즉 추락의 위험이 커지는 것입니다. 또 Control surface나 flap 등에 기계적인 결함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게다가 Jet Engine 앞단에 결빙이 생기면 power 감소가 생깁니다. 얼음 조각이 유입되어 Surge, Vibration, Engine failure 같은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속도계, 고도계 등과 연결된 probe가 결빙으로 인해 막히거나 오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즉 착빙, 결빙은 1) 날개와 조종면과 관련된 항공역학적 성능 2) Engine 성능 3) Flight, Engine Instrument 세 가지 측면에서 항공기 안전과 직결되는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착빙 / 결빙이 비행기 성능에 미치는 영향

1) 항공 역학적 성능 저하 (날개, 동체 단면의 거칠기 변화 때문 등)
2) Engine 성능 저하
3) Flight, Engine Instrument 오차

이렇게 비행 안전에 중요한 요소이므로 심한 눈이 오거나, 날씨가 추워서 날개와 동체에 서리가 끼는 날에는 결빙을 제거하고 방지하는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이것이 De-Icing / Anti-Icing을 하는 이유입니다.

 

De-Icing과 Anti-Icing 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De-Icing(제빙)은 이미 생성된 착빙을 제거하는 것을 말하고, Anti-Icing(방빙)은 추후에 생길 수 있는 결빙을 방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고 Anti-Icing을 한다고 해서 무한정 결빙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날씨가 춥고 눈이 세차게 오면 언젠가는 다시 비행기에 결빙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항공기가 Icing 없이 깨끗한 동체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언제까지 일까요? 바로 이륙하는 순간까지 입니다.

 

비행기가 이륙을 할 때는 항공기의 성능을 최고로 사용하는 때입니다. 엔진을 최고 출력으로 올려 주어진 활주로 안에서 가속을 마치고 이륙해야 합니다. 이때가 항공기의 성능에 악영향을 미치는 Icing 제거가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그래서 De-Icing / Anti-Icing을 마친 후 특정 시간이 흐르기 전에 이륙을 마쳐야 합니다. 이 제한 시간을 Holdover time(방빙 지속시간)이라고 합니다. Holdover time은 De-Icing / Anti-Icing 후 서리, 얼음이 형성되거나 눈이 쌓이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을 말합니다. 조종사는 De-Icing / Anti-Icing 이 시작된 시간을 규정된 form의 sheet에 기입하고 holdover time을 지켜 이륙을 해야 합니다. 만약 그 시간 안에 이륙을 하지 못하게 되면 이륙을 포기하고 다시 De-Icing / Anti-Icing을 해야합니다. 

 

De-Icing / Anti-Icing 을 하는 방법

기본적으로 제방빙 작업은 제방빙 용액을 이용합니다. 용액은 성분에 따라 Type1~4로 나뉘며 Type 1 용액은 holdover time이 짧기 때문에 주로 가열하여 De-Icing(제빙)으로 사용하고 Type 2~4의 용액을 사용하거나 희석비율을 맞추어 Anti-icing(방빙)으로 사용합니다. 이 용액을 제방빙 차량을 이용해 항공기 동체의 날개와 조종면을 위주로 살포하여 제방빙을 하는 것입니다. 각각의 혼합비율에 따라 Holdover time이 다르기 때문에 Holdover time table 이라고 하는 표를 이용하여 현재 기온에 맞는 holdover time을 산출하게 됩니다. 

제방빙 차량으로 항공기를 제방빙 하는 것을 시연하고 있다.(출처: news1 기사)
Holdover time table의 예시. 온도와 기상상황에 따라 holdover time 이 다르다.

 

승객을 태우고 제방빙을 하는 이유

이렇게 제방빙은 Holdover time 이라고 하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제방빙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륙을 할 때까지 시간을 아껴서 빨리 비행기를 띄워야 합니다. 그런데 제방빙을 다 하고나서 승객들을 태우면 시간적인 손해가 생깁니다. 그래서 승객들을 먼저 다 태우고 활주로 근처에 위치한 제방빙 Zone으로 이동하여 De-Icing / Anti-Icing을 하고 바로 활주로로 향하는 것입니다. 폭설로 제방빙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면 모든 비행기들이 De-Icing / Anti-Icing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스케줄대로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Delay가 많이 되고 운이 나쁘면 제방빙을 몇 번 더 하면서 이륙 차례(Sequence)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승객들을 태우고 제방빙을 하는 것이 더 빨리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인 것입니다.

 


이번 글의 시작에 언급했던 기사의 상황에서 제가 승객에게 안내 멘트를 해야 했다면 다음과 같이 했을 것 같습니다.

"제방빙은 지속 시간이 제한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아끼기 위해 부득이하게 승객분들을 모두 태우고 제방빙을 하는 것이 저희 항공사 뿐만 아니라 인천 공항공사 및 항공법이 정한 절차입니다. 만약 순서를 반대로하여 제방빙을 먼저 완료하고 승객분들을 태우게 되면 시간제한에 걸려 이륙을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제 부족한 글솜씨와 말솜씨로는 이 정도 표현밖에는 안되네요. 현장에서 응대를 하는 입장이라면 더 말이 안 나올 것 같습니다. 저 상황에서 고객 응대를 했던 승무원들 또한 노고가 많으셨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사실 객실 승무원이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한편으론 해당 기사의 기자는 이런 항공 지식에 대한 이해와 배경지식 없이 기사를 쓴 티가 나서 좀 안타까웠습니다. 승객으로서 충분한 설명이 없음을 불만을 가질 수는 있으나 일간지의 지면이 개인의 불만 토로의 장이 되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그런 불만 표현의 장은 여러 다른 채널이 있을 텐데 말입니다. 차라리 항공기의 제방빙 절차에 대한 설명과 지식 전달 쪽이 더 맞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조종사로서는 여러 상황에서 바쁘지만 승객들과의 소통을 승객들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배움을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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