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행기 아는 척 해보자

항공기의 위치를 아는 방법 (1) feat. IRS와 미적분

728x90

비행기와 수학은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오늘은 비행기 속에 숨어있는 수학원리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주의. 수학 있음. 미적분 있음.

조종사가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까지 비행기를 운항하려면 비행기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비행기가 있는 위치를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위성신호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흔히 위성측위시스템을 'GPS'라고 부르지만 이것은 여러 방식 중 미국의 방식을 말합니다. GPS 이외에도 러시아의 GLONASS, 유럽의 GALILEO, 중국의 북두(바이두, BEIDOU-02) 등도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들을 통틀어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라고 합니다. 미국식 GNSS가 GPS 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위성측위시스템을 대중적인 GPS로 지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위성에서 신호만 제대로 받을 수 있다면 GPS는 사실 만능입니다. 요즘은 핸드폰에서부터 자동차 내비게이션 등 많은 기기에 GPS를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 국방성이 GPS 신호를 개방한 것은 1983년이 처음이고 인위적으로 전파를 방해하여 위치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2000년에 이 방해전파를 공식적으로 제거하긴 하였지만, 미국은 자신들이 필요할 때 특정 지역, 특정 국가에 GPS를 중단시킬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또 미국이 제대로 신호를 개방하였다 하더라도 적대 국가의 인위적인 GPS 교란신호 등의 공격으로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2010년대 초반 북한의 GPS 방해 공작으로 항공기의 GPS Accuracy Downgrade 상황이 빈번히 발생했던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GPS의 제한 사항이 있기 때문에 항공기에는 외부장치에 의존하지 않는 항공기에 내장된 자체 항법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자립 항법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자립 항법 시스템, INS와 IRS

대표적인 자립 항법 시스템에는 관성 항법 장치라 불리는 INS(Inertial Navigation System)와 INS가 더 발전된 업그레이드 버전인 관성 참조 시스템, (IRS: Inertial Reference System)가 있습니다.

 

이 둘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3축(x축, y축, z 축)의 가속도를 재서 항공기의 위치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가속도는 뉴턴의 1 법칙인 '관성의 법칙'을 이용해 측정합니다. 그래서 이 항법 방식을 '관성' 항법 장치라고 합니다. 

 

버스가 출발하거나 멈출 때 버스 안 사람들이 밀리는 것은 관성 때문입니다. 이 힘을 측정하여 비행기의 가속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가속도를 측정하는 장치(IMU:Inertial Measurement Unit)가 스프링에 매달은 물체가 있는 기계식이면 INS, 레이저 자이로를 사용하는 방식이면 IRS라고 합니다. 

 

가속도를 적분하면 속도, 속도를 적분하면 거리

초기위치와 가속도를 두 번 적분하면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정지 상태의 비행 전, 준비 단계에서 조종사는 초기속도 C1 = 0, 초기 위치 C2를 위도, 경도, 고도로 설정해 줍니다. 이렇게 Initial Value인 적분 상수들을 입력해주고, 자이로 센서들의 오차를 초기화시켜주는 작업을 IRS allign이라고 합니다. 이 작업에 대략 1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므로 조종사들은 항공기 운항 전에 IRS allign을 미리 시켜놓고 준비를 합니다. 이 작업이 늦어지면 항공기를 제때에 출발시킬 수 없고, 항공기의 정시성에 지장을 줍니다. 항공기를 제때 출발시키는 것은 손님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므로 준비과정에서 실수를 해서는 안 되겠죠? 

 

GPS + IRS = GPIRS

IRS는 자이로의 오차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누적되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오차수정을 지속적으로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IRS 단독으로 사용하기보다는 GPS나 VOR/DME 같은 지상 무선전파 장치를 이용해 오차를 보정하면서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합니다.

 

뉴튼의 유산

지금으로부터 약 400여 년 전 17세기의 위대한 과학자인 아이작 뉴튼이 중력이론인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비행기는 사실 천재 과학자 뉴튼의 발견에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비행기의 동작 원리에 뉴튼이 발견한 법칙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오늘 주제인 관성 항법 장치의 관성력 또한 앞서 말씀드렸듯이 뉴튼의 제1법칙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미적분 또한 뉴튼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개발한 수학적 도구인 것을 알고 계신가요? 결국 관성항법장치라는 개념 자체가 뉴튼에서 시작해서 뉴튼으로 끝나는 것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