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창가석에 앉으면 날개를 볼 수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저도 승객으로 탈 때 이런 '날개 자리'를 좋아합니다. 날개에 달린 에일러론, 플랩, 슬랫, 스포일러, 스피드 브레이크들을 보면서 조종사가 어떤 조작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항덕들은 날개만 봐도 대충 이 비행기가 어느 기종인지 알 수 있습니다. 비행기 날개의 형태도 큰 단서이지만, 날개 끝에 달린 윙렛(winglet)하나만 주어져도 대부분의 기종을 맞출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SNS에 비행기를 타고 찍은 사진을 올리시는데, 그 중 '날개 자리' 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시면 저같은 항공 덕후들은 '음 이 사람은 A320 neo를 타고 중단거리 여행을 하고 왔군.' 하고 생각을 합니다. (...)
비행기 날개 끝이 구부러진 이유는?
비행기의 날개 끝 부분에 구부러진 듯한 꺾인 부분이 있는 것을 많이 보셨을겁니다. 이 부분을 윙렛(Winglet)이라고 합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영어의 접미사 -let 은 '작은 것,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을 의미합니다. 'booklet' 을 '소책자'로 번역을 하니까, 'winglet'은 '소날개' , '작은 날개' 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윙렛이 있는 이유는 와류(Vortex) 때문입니다. 와류는 비행기 날개의 상하 압력차 때문에 발생합니다. 비행기가 하늘에 뜰 수 있는 것은 흔히 '베르누이 정리' 때문이라고 배우는데, 비행기의 속도가 빨라지면 날개 윗면과 날개 아랫면의 압력차가 생깁니다. 날개 윗면은 저기압, 날개 아랫면은 고기압이 됩니다. 아래 쪽이 더 압력이 강하니까, 위쪽으로 뜨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항공기의 날개 끝부분을 생각해 보면, 끝부분에는 윗면과 아랫면을 분리해주는 날개가 없습니다. 그래서 고기압의 아랫면에서 저기압의 윗면으로 공기가 휘어져 들어가게 됩니다. 이 공기의 회전이 소용돌이처럼 날개끝부분에 생기는 현상을 Wingtip Vortex 라고 합니다.
wingtip vortex는 비행기의 항력(Drag)을 발생시킵니다. 이런 종류의 항력을 Induced Drag라고 합니다. 항력은 비행기의 진행 방향에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여, 연료 효율을 떨어뜨립니다. '연비'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작사와 항공사는 날개 끝에 윙렛을 달아 wingtip vortex를 줄입니다. 윙렛을 적용한 비행기는 약 4~6%의 연비 향상과, 항속 거리 향상이 된다고 합니다. 또, 연료가 적게 연소됨에 따라서 배기 가스 배출도 줄어듭니다. 약 6%의 이산화탄소 , 8%의 질소산화물의 감소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출처 논문 : Variable cant angle winglets for improvement of aircraft flight performance | SpringerLink)
여러가지 형태의 윙렛
비행기들을 보면, 여러가지 형태의 윙렛을 볼 수 있습니다. 많이 사용되는 것이 blended winglet, wingtip fence, blended split winglet, sharklet 등입니다.
국내 항공사에서 채택 중인 윙렛에 대해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에어버스 기종
A320-200 / A321-200 |
b.tip fence / h.Sharklet(개조) |
A320neo / A321neo | h.Sharklet (기본 적용) |
A330-200 / A330-300 |
c.Canted winglet |
A350-900 / A350 -1000 |
h.Sharklet |
A380-200 | b.tip fence |
보잉 기종
B737-600 | NO winglet |
B737-700 / B737-800 / B737-900 |
Optional winglet(옵션으로 선택 가능) f. Blended winglet g.Blended split winglet (Split Scimitar winglet) (초기모델은 윙렛없이 생산) |
B737-MAX | g.Split Scimitar winglet(Advanced) |
B747-400 | c.Canted winglet |
B747-8 | NO winglet |
B777-200/ B777-300 , ER |
NO winglet |
B787-9 | NO winglet (Raked Wingtip) |
그리고 윙렛에는 해당 항공사의 로고가 도색되어 있습니다. 이제 항공사가 보유한 기종과 날개 모양을 보고 대충 추리를 하실 수 있겠죠?
DRAG를 줄이기 위한 발전된 기술들
윙렛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윙렛은 날개끝에 힘을 작용시켜 날개를 휘는 힘(Bending moment)을 작용시킵니다. 날개가 짧은 비행기에게는 끝부분에 작용하는 힘을 견딜 수 있더라도, 날개가 긴 비행기들은 같은 힘을 받더라도 동체에 주는 스트레스가 큽니다. 같은 무게의 사람이라도, 시소의 앞쪽에 앉을 때와 시소의 뒷부분에 앉을 때 시소의 회전력이 다른 원리입니다. 그래서 날개 길이가 긴 비행기들은 윙렛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B777이 그런 예입니다.
드림라이너(Dreamliner)라고 불리는 차세대 항공기 B787은 윙렛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후퇴각을 키우고 휘어진 날개의 디자인을 하였습니다. 이를 Raked wing tip 이라고 합니다. 이 기술로 와류를 줄이고 터뷸런스로 인한 기내의 진동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신소재 기술, 항공 역학의 발전으로 점점 더 드래그를 줄이기 위한 멋진 설계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음 번 비행기 여행은 제 최애 좌석인 '날개측 창가석'에 앉아서 멋진 날개를 감상하시며 여행을 떠나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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