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취소!” 300m 앞두고 멈췄다… 美 항공기 충돌 막은 관제사 (daum.net)
뉴욕 JFK 공항에서 큰 사고가 날 뻔하였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American Airline 106(AA106) 비행기가 관제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활주로를 침범해서 일어난 일로 보입니다. 충돌위험을 감지한 관제사는 이륙하려는 Delta1943 항공기를 급하게 멈춰 세웠고, 해당 항공기 조종사들은 RTO(Rejected Take-off) 절차를 즉시 수행했습니다. 관제사와 Delta 조종사의 숙련된 절차수행으로 자칫 큰 사고를 유발할 뻔 한 상황을 모면하였습니다.
관제사와 조종사간의 의사소통을 포함해서 관제에 관련된 모든 업무와 규정을 ATC(Air Traffic Control)이라고 합니다. 조종사는 ATC를 정확히 이해하고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칫 하다가는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ATC에 대해서 한번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ATC란 무엇인가?
흔히 조종사들이 ATC라고 하면, 관제사(air traffic controller, controller)와 조종사(pilot) 간의 의사소통으로 국한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좁은 의미의 ATC입니다. 그러나 넓은 의미의 ATC에는 비행 중에 관제사와 조종사 간의 교신 말고도 air traffic control에 관련된 사전에 약속한 모든 규정들을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SID(Standard Instrument Departure) 같은 절차가 있습니다. 만약 인천에서 LA로 비행하는 비행기에게 관제사가 항로로 진입하는 절차를 일일이 설명해 주려면
'오른쪽으로 20도 틀어서 5 마일 가라'
'6000피트까지 상승해라'
'다시 왼쪽으로 10마일을 가고 15000피트까지 상승해라'
등등등 너무 업무가 과중이 됩니다. 이런 절차를 하나로 묶어서 'EGOBA 2E'로 사전에 약속하면 의사소통이 효율적으로 됩니다. 짧게 'EGOBA 2E를 지켜라'라고 지시하면 됩니다. 이런 약속, 규칙들도 넓은 의미의 ATC에 포함이 됩니다.
따라서 조종사는 ATC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고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SID, STAR, Holding procedure, NADP, ATC phraseology 등 많은 절차들이 있습니다.
ATC 규정들을 위반하여 관제사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거나 사전에 약속된 제한 사항들을 지키지 않았을 때 ATC violation을 했다고 표현합니다.
테네리페 참사
조종사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사고, 테네리페 참사.
단일 항공기 사고로는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사고입니다. 안타깝게도 대형기인 747 항공기 두대가 충돌하여 사망자가 많았습니다.
테네리페 사고는 ATC 허가를 받지 않고 이륙을 시도한 KLM 747 항공기가 활주로를 건너던 PAN AM 747 항공기와 충돌한 사고입니다. 이번 뉴욕에서 일어난 Violation과 매우 유사합니다. 다만 이번 뉴욕 JFK 공항에서는 관제사가 적절하게 이륙허가를 취소하는 지시를 아주 적기에 내려 사고를 방지했습니다. 그리고 조종사는 즉시 절차수행을 하여 큰 사고를 막았다는 점도 다릅니다. 테네리페 참사에 대해서는 나무위키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테네리페 사고와 ATC phraseology
테네리페 참사는 조종사들이 관제사들과 ATC를 할 때, 표준 용어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주 언급되는 사고입니다. 영화 같은 곳에서 조종사들이 'Copy', 'Roger'와 'Affirmative'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신적 있으신가요? 이런 용어들이 사용되는 이유로 테네리페 참사를 예시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바로 관제사가 'OK'라는 비 표준용어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okay라는 말을 쪼개보면 '너의 말을 들었다(understand)'와 '네가 지시한대로 하겠다(comply)' , '니가 한 말이 맞다.(correct)' 등 여러 가지 뜻으로 일상생활에서 사용합니다.
그런데 조종사 관제사 간의 대화에서 이런 용어 사용이 혼동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습니다. 테네리페 관제사는 사고 직전에 "OK⋯ Stand by for take-off, I will call you." (알았다... 이륙을 잠시대기하라, 다시 지시하겠다)라고 교신했습니다. 그런데 의미가 명확한 뒷부분 'Stand by for take-off, I will call you.'이 잡음으로 인해 들리지 않게 되면서, 불명확한 부분 "OK"만 들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여기서 'OK'라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추임새' 같은 말입니다.
'음... 알았다. 잠시 대기해.' 이렇게 일상생활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음... 알았다'는 아무 필요도 없고 삭제해도 상관없는 말입니다. 오히려 의미가 반대되는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냥 '대기하라'라고 하면 의미가 오히려 더 잘 전달됩니다.
그래서 ATC에서는 Okay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다음과 같은 용어들을 씁니다.
Roger : 알아들었다, 내용을 잘 숙지했다
Affermative : yes. 맞다. 긍정, 질문에 대한 답으로 사용 (No를 표현할 때는 'Negative'를 사용한다.)
WILCO : 너의 지시대로 하겠다 ( I will comply you.)
이렇게 'okay' 의미를 쪼개서 사용합니다.
조종사- 관제사 간의 용어를 통일하여 사용하는 것을 ATC phraseology라고 하며, 일상 영어와 ATC Phraseology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고의 연쇄고리, CHAIN OF ERROR
물론 ATC phraseology 하나만이 테네리페 참사의 원인은 아닙니다. 좋지 않은 error들이 연쇄작용을 하여 큰 참사를 만든 것입니다. 이를 'chain of error'라고 합니다. 조종사나 관제사, 그리고 모든 항공 종사자들이 이 chain of error를 한 번만 잘 끊어낸다면 참사는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뉴욕 JFK 공항에서의 상황은 참 다행스럽게도 연쇄고리를 잘 끊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험한 순간에서 절차수행을 잘 해낸 조종사와 관제사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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