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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항공사고수사대

허가받지 않은 활주로에 내린 상하이 항공 CSH829편

김해 공항은 활주로 북단에 위치한 돗대산이라는 이름의 산 때문에 남풍이 불 때는 선회접근(써클링 어프로치)을 해야 합니다. 통상 김해공항은 북풍이 불어(약 83%) ILS(Instrument Landind System)라고 하는 장치로 계기접근을 하지만, 17%의 남풍이 불 때는 반대쪽 활주로에 선회 기동을 해서 내려야 합니다. ILS 방식에 비교하여 선회접근은 조작과 기동이 어려워 조종사들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2019년 9월 7일, 상하이항공 소속 CSH829편(B737-800, B-1949)이 선회접근을 하다가 배정받은 활주로(18R)에 내리지 않고 허가받지 않은 활주로(18L)에 내리는 준사고가 있었습니다. 

 

조종사 입장에서 이 준사고의 배경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항공철도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기반하여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상하이 항공 CSH829 편의 접근 경로 

노란색의 정상접근 경로 / 초록색의 준사고기 접근 경로(출처:사고조사위원회 준사고 보고서)

접근 경로를 보시면 초기의 접근폭에서 CSH829편은 정상 접근경로보다 폭이 좁게 진입하고 있음을 보실 수 있습니다. 좁게 접근했기 때문에 선회가 완료되고 나서 활주로에 정대되었을 때 더 바깥쪽으로 빠져서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Overshoot이라고 합니다. 김해공항에는 평행한 활주로가 두 개가 있는데 관제사는 노란색으로 표시된 활주로(18R)에 내릴 것을 지시하였습니다. 하지만 조종사는 overshoot을 하였기 때문에 조종사의 눈에 먼저 보이는 것은 초록색으로 표시된 활주로(18L)였을 것입니다. 

활주로 정대 후의 모습. 정상보다 낮은 고도에서 정대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출처:사고조사위원회 준사고 보고서)

선회하면서 강하율 조절에도 오류가 있었습니다. 선회가 완료되고 활주로에 정대했을 때 정상보다 매우 낮게 활주로에 정대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조종사 시점으로 본 선회 접근 경로 (출처: 구글어스 편집)

 

선회접근을 시각화 하여 조종사가 선회 후에 보았을 광경을 구글어스를 이용해 편집해 보았습니다. 위의 사진과 같이 김해공항의 두 평행한 활주로가 시작점이 다르고 활주로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자칫하면 18L가 눈에 먼저 띌 수가 있습니다. 조종사가 활주로를 육안으로 식별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것이 PAPI light이기 때문입니다. PAPI는 조종사가 활주로에 비행기를 착지시켜야 하는 지점(aiming point)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행기의 접근 경로가 정상경로에 비해 높은지, 낮은지 적절한지를 알려줍니다. 조사 보고서에서도 기장은 비행기 조작을 하는 동안 착각으로 인해 18L의 PAPI를 18R의 것으로 착각했다는 진술을 합니다. 

 

게다가 조종을 하는 기장의 좌석은 왼쪽에, 조언을 하는 부기장의 좌석은 오른쪽에 있습니다. 이렇게 시계방향으로 선회접근을 할때를 Right Traffic Pattern이라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왼쪽 좌석에 앉아 있는 기장의 시야가 많이 방해됩니다. 따라서 잘 보이는 곳에 앉아 있는 부기장의 조언이 필수적입니다. 

 

상하이 항공 CSH829 편의 교신 내용

상하이 항공 CSH829 편의 교신 내용(출처 : 준사고 조사 보고서)

교신내용을 보면 관제사는 항공기의 접근경로에 이상함을 인지하고 16:46'49''에 복행(Go Around) 지시를 내립니다. 하지만 조종사들은 이 지시에 응하지 않고 어떤 응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잘못된 활주로에 착륙을 합니다. 기장이 PF를 담당하고 있었으므로, 관제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PM인 부기장이 담당하였습니다. 이 준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던 마지막 순간인 관제사의 복행 지시를 부기장은 놓쳐버렸고 그대로 허가받지 않은 활주로에 착륙하고 말았습니다. 

 

사고조사위원회의 결과보고

사고조사위원회는 이 준사고의 원인으로

① 선회접근 시에 폭이 좁은 선회패턴을 선택하여 활주로 18R로 최종 접근로에서 활주로 정대 실패
② 활주로 18L의 진입각지시등 (PAPI)을 활주로 18R의 진입 각지 시등으로 잘못 인식
③ 기장과 부기장 간에 적극적인 의사소통(CRM) 미흡

을 지적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김해공항 써클링 어프로치 시에는 부기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기장이 적절하게 조언을 해 주었다면 이 준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김해공항의 써클링 어프로치 18R

김해공항의 써클링 어프로치는 2002년 중국국제항공 129편의 추락사고 이후 여러 번 논란이 있었습니다. 현재 재정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김해공항 북단의 '돗대산' 이라는 지형지물로 인해 조금은 복잡한 절차 수립이 생겼고 가끔씩 안전 장해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작성한 글에서 자세히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https://freepilot.kr/14

 

현직 조종사가 본 가덕도 신공항 논란

제가 소형기를 타던 때에는 김해 국제공항으로 가는 스케줄이 자주 나왔습니다. 김해공항은 항덕들 사이에선 '김해탁'이라 불리는 공항입니다. 홍콩의 '카이탁'이라는 공항에 빗대어 쓰는 용어

freepil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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