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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아는 척 해보자

오토가 다해주는데 조종사는 뭐해?

 

요즘 주변에서도 자율주행차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의 자율주행모드를 '오토파일럿'이라고 부르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 개인적으로는 조금 이상하다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드라이버'라고 하는데 왜 '오토드라이버'라고 하지 않고 '오토파일럿'이라고 했을까? 하고 말입니다. 자동차의 자동주행모드가 나오기 이전에도 비행기에는 오토파일럿이라고 하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기존에 있던 기술의 이름을 따서 오토파일럿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주변의 지인들이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 중 하나가

"비행기는 오토가 알아서 다 해주는 것 아니야? 그럼 조종사는 뭐해?"

 

입니다. 우선 이 질문에 답하려면 조종사가 하는 일과 오토파일럿이 하는 일을 구분해 보아야 합니다.

 

pilot을 우리나라 말로 '조종사'라고 하지만, 조종사가 하는 일은 '조종Control'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물론 조종사의 주 업무가 비행기의 조종이긴 하지만 조종사는 Controller 보다는 Decision Maker(의사결정자)에 가깝습니다. 조종사가 실제로 행하는 임무는 많은 의사결정의 총 집합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올바른 결정을 내려 항공기를 작동시켜 출발지에서 목적지로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 주 임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을 키워드로 쪼개보면,

 

 

  1. 상황파악
  2. 올바른 결정
  3. 항공기의 작동
  4.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착

이렇게 4가지로 쪼개볼 수 있겠네요. 오토파일럿은 이 중에서 3번에 해당하는 '항공기의 작동' 부분을 담당합니다. 조종사의 중첩된 여러 임무 중에서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입니다. 조종사는 비행기를 운항하는 매순간 저 4가지 중 한가지 또는 여러가지 임무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가끔씩은 4가지를 동시에 해야하는 순간도 자주 있습니다. 조종사의 업무부담을 줄여 옳은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는 것이 오토파일럿입니다.

 


비행기 오토파일럿 사용하는 법

 

평상시 조종사는 비행기를 어떻게 작동할까요? 조종사는 FCU panel (Flight Control Unit) 이라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비행기를 작동합니다.

 

비행기 조종석에 앉으면 여러 스크린들이 보이고 기장석(좌측), 부기장석(우측) 사이에 FCU panel 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두사람이 같이 쓰는 것이라는 것이죠. 이 4개의 단추들을 잘 이해하면 비행기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림에 있는 내개의 단추들은 누를수도 있고 뽑을수도 있고 시계방향, 반시계방향으로 돌릴 수도 있습니다.

 

네 개의 단추(knob 이라고 합니다) 는 각각 속도, 방향, 고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속도를 돌려서 200에 맞추고 누르면 비행기가 200knot로 증속합니다. 방향을 360에서 180으로 숫자를 돌려서 뽑으면 비행기가 방향을 바꿉니다.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비행기가 시계방향으로 돌고 반시계방향으로 돌리면 비행기가 반시계방향으로 돕니다. 고도를 돌리는 knob 은 두개인데 올라가는 방법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고도를 그림과 같이 2000에 맞추고 누르거나 뽑으면 비행기가 고도 2000feet 로 상승하게 됩니다. (비행기가 2000feet 보다 높은 곳에 있었다면 하강합니다.)

 

 

쉽죠? 이 버튼들만 잘 돌리면 비행기를 원하는대로 조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완전 수동으로 전환해서 조종간을 통해 비행기를 조종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그것은 조종사의 판단입니다. 그럼 조종사는 이륙해서부터 착륙할때까지 저 버튼들을 돌리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조종간을 잡고 끊임없이 조종하고 있는 걸까요?

 

그럴수도 있지만 대부분 비행시작을 할 때 비행기가 갈 경로를 미리 입력을 해둡니다.(Flgiht plan 이라고 합니다) '하늘위에 어떤 어떤 좌표들을 거쳐서 도착지로 갈것이다' 라고 입력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륙 후에 오토파일럿 버튼을 누르면 저 FCU의 버튼들을 일일이 조작할 필요없이 경로를 따라 비행기가 알아서 움직이는 것입니다.

 


오토파일럿은 조종사가 비행기에 조종을 일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종사가 개입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비행도 처음 계획했던 경로대로 비행을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주변 비행기의 항적이나 구름등의 기상현상을 피하기 위해 경로나 고도를 수시로 변경하고 있습니다. 관제사의 지시사항이 전달될 때도 있고 기내의 손님이나 비정상 상황이 발생하여 회항할 때도 있습니다. 따라서 조종사는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오토파일럿에 개입합니다. 또한 항공기의 착륙시에도 Auto land 라는 기능이 있긴 하지만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제한적인 요소들이 있습니다. 공항 활주로의 시설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기상조건도 제한치 이내에 있어야 하고, 항공기 시스템도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세계 곳곳에 운항을 하면 이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으며 그럴때는 조종사가 수동으로 착륙하여야 합니다.

 


 

제가 운용하는 airbus 기종의 철학Philosophy 중 "Golden Rules for Pilots"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항공기를 운용하는 데 있어 황금률이라는 것이죠. 그 중 2번째는 다음과 같습니다.

Use the Appropriate level of automation at all times.

항상 적절한 수준의 오토기능을 활용하라는 것이죠. 조종사는 어떤것이 '적절한 수준'인지 판단하여 오토기능을 '잘' 활용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조종사가 항공기를 '조종'할 수 있습니다. 항공기가 조종사를 '조종'하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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