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도로에는 속도 제한이 있는 곳 들이 있습니다. 항공기가 다니는 항로(Airway)에도 속도 제한이 있어서 속도 단속도 할까요? 자동차와 완전히 똑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속도 제한이 있는 항로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조종사가 그 속도 제한을 지키지 않으면 규제를 받기도 합니다.
복잡한 공항 인근의 항로에서는 조종사와 관제사의 의사소통에 혼잡이 일어날 수 있어 미리 약속된 항로를 약속된 고도와 속도로 통과하게끔 정해놓고 있습니다. 이런 약속된 절차를 약어로 정해놓고 관제사가 조종사에게 지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많은 의사소통 없이 약어하나로 교통 관제를 표준화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도상에 A지점, B지점, C지점이 있고, A->B->C 이렇게 이동을 해야할 경우에
1. A지점을 12000피트로 통과하고 최고 속도는 250나트
2. B지점을 10000피트로 통과하고 속도 제한은 220나트
3. C지점은 6000피트로 통과하고 속도 제한은 180나트
이렇게 순차적으로 통과해야 할 경우 관제사가 이를 조종사에게 지시하기 어렵겠죠? 이 절차를 "SIMPLE arrival A" 라고 이름 짓게 되면 관제사가 조종사에게 "follow SIMPLE arrival A" 라고 지시하면 조종사는 간단히 이대로 하면 되는 겁니다.
위의 차트처럼 조종사들은 각 공항에 도착하기 위해서 일종의 지도들을 가지고 다니며 관제사가 어떤식으로 지시를 줄지를 대략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제사가 지시를 내리면 해당 차트를 펴서 확인하고 따릅니다. 차트대로 비행하는 날도 있지만 관제상황에 맞춰서 관제사와 조종사가 의사소통을 하며 융통성있게 수정하며 비행을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비행기 속력은 어떻게 재나요?
자동차 속력은 자동차 바퀴 둘레를 알고, 자동차 바퀴의 회전수를 측정하면 잴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략 이런식으로 측정되는 것이 자동차 속도계입니다. 즉, 자동차 바퀴가 얼마나 빠르게 돌고 있는지를 재는 장치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GPS 네비게이션의 발달로 위성에서 자동차의 속력을 잴 수도 있습니다. 오차가 있긴 하지만 자동차 속도계와 네비게이션의 속력은 거의 일치합니다. 하지만 비행기 속도계와 GPS 속도계는 오차가 매우 큽니다. (주로) 바람때문입니다.
비행기에도 GPS가 있습니다. 그래서 3차원 공간에서 비행기가 얼마의 속력으로 날고 있는지 잴 수 있습니다. 이것을 GROUND SPEED 라고 합니다. 말그대로 땅위에서 봤을 때 비행기가 날아가는 속력입니다. 하지만 조종사가 비행기를 운항하는 데 이용하는 속력은 이 GPS의 속력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비행기는 바람 속을 날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시속 300나트의 제트기류 지역을 비행기가 반대 방향으로 맞바람을 받고 300나트(TRUE AIRSPEED)로 날고 있으면 땅에서 관측한 비행기의 속력은 0(GROUND SPEED)입니다. 하지만 조종사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공기중에서' 비행기가 얼마의 속력으로 날고 있는지(TRUE AIR SPEED)가 중요합니다. 이 속력으로(TRUE AIR SPEED)로 항공기의 양력이 결정되기 때문이죠. 극단적으로 비행기가 공기중에 정지해 있다면 비행기는 양날개의 양력을 잃고 추락하게 됩니다. 자전거가 속력을 줄이면 넘어지듯이 비행기도 빠르게 날아야 하늘에 뜰 수 있고, 속력을 너무 줄이게 되면 추락하게 됩니다.(이를 실속,STALL 이라고 합니다.)
즉, 조종사는 비행기가 하늘에 안전하게 뜰수있는지를 확인하려면, 비행기가 충분히 빠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느리면 추락하니까요. 그래서 조종사에게 '비행기가 공기중에 얼마나 빠른지'를 확인 하는 것은 내 목숨이 안전한지를 확인하는 것과도 같은 이야기 입니다.
그럼 비행기 속력은 어떻게 잴까요? PITOT TUBE 라는 장치를 이용해서 측정합니다.
비행기를 탑승할 때 비행기를 유심히 관찰하신 분들이라면 비행기 앞쪽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관처럼 생긴 것들을 보신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것이 바로 PITOT TUBE 라고 하는 속도를 측정하는 장치입니다.
대략적으로 피토관(pitot tube)의 원리를 설명한 그림입니다. 거꾸로 된 'ㄱ' 자 형태의 관에 유체가 들어오면 기둥의 높이가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속도가 압력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이 압력차이를 이용해 비행기의 '공기 중 속력'을 재는 원리입니다. 정확히 이해가 안되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피토관 입구로 들어오는 공기입자들의 압력을 잰다는 것입니다. 관이 막히면 큰일난다는 것이죠.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60184&cid=40942&categoryId=32352
PITOT TUBE 와 AIR FRANCE 447 사고. "UNRELIABLE AIR SPEED."
이처럼 PITOT TUBE 는 정말 중요합니다. PITOT TUBE로 인한 사고인 에어프랑스 447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2009년 5월 31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파리로 향할 예정이던 에어프랑스 447편, AIRBUS A330-200 항공기가 난기류 구간을 통과하다가 PITOT TUBE에 얼음이 생겨, 속도계가 잠시 이상이 생겨 일어난 사고입니다. 이 사고가 일어난 원인들은 다양하지만 그 시작은 PITOT TUBE의 착빙 때문입니다. 속도계에 이상이 생기자 오토파일럿이 해제되어 조종사가 수동으로 작동할 수 밖에 없었고, (기장은 임무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속도계의 오류로 인해 상황인식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부기장이 고도가 낮아지는 것을 지나치게 의식해 기수를 계속해서 들어, 속도가 너무 줄어들어 비행기가 양력을 잃고 추락하게 된 안타까운 사고입니다.
이렇게 PITOT TUBE 는 중요합니다. 그래서 비행기가 지상에 있을때도 PITOT TUBE를 보호하기 위해 마개를 덮어두고, 눈에 잘 띄는 빨간색 라벨이 달린 태그를 달아놓습니다. "REMOVE BEFORE FLIGHT" 즉, 꼭 비행 전 태그를 제거하고 비행하라는 의미입니다. 요즘에는 저 태그를 패션아이템처럼 달고 다니는 옷들도 있더군요.
이 사고 뿐만 아니라 많은 비행사고들이 속도가 충분치 않아 발생하는 실속(STALL)때문에 일어납니다. 항공기 재난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 가끔 접하는 "STALL- STALL- STALL-" 하는 기계음은 조종사들이 비행 중 가장 무서워하는 경고음 중 하나입니다. 이런 STALL에 대처하는 방법은 항공기 속도를 늘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약 비행기가 STALL에 걸리면 기수를 밑으로 내리찍고 비행기가 속도를 얻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이 조작은 약간은 사람의 직관과 달라서 혼란에 빠지면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비행기가 추락할 것 같은데 기수를 밑으로 내리 찍어야 하니까요. 안타깝지만, AIR FRANCE 447 부기장의 조작이 제대로 되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항공 당국의 조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그는 STALL RECOVERY 조작을 정확히 반대로 했던 것입니다.
비행기는 하늘에서 충분히 빨라야 안전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인생이 바쁘고 힘들때는 아무것도 안하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속력이 있어야 우리의 인생도 추락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힘들지만 힘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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