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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아는 척 해보자

조종사가 본 [설리-허드슨강의 기적]. All Engine failure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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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가을, 아내와 함께 영화관에서 봤던 영화입니다. 당시 두살쟁이 아들을 키우느라 육아에 지쳐, 영화는 커녕 단둘이 외출도 못했던 시기라 개인적으로 기억에 많이 남는 영화입니다. 조종사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더 재미있기도 했구요.

 

주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2009년 1월 15일 뉴욕에서 출발하여 노스캐롤라이나로 향하던 us airways 1549 항공기가 양쪽엔진에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해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사건입니다. 기장과 부기장이 엔진이 망가진 비행기를 강에 착수시켜 155명의 승객 전원을 구했기 때문에 "허드슨 강의 기적Miracle on the Hudson"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기장 : mayday, mayday,mayday, we've lost both engines, both engines. (...)

 

비행기가 두 엔진이 다 망가지면 어떻게 될까요?

 

글라이더라고 아시지요? 엔진이 없이 그저 날개의 양력만으로 비행을 하는 무동력 항공기 입니다. 항공기가 엔진을 모두 잃게되면 글라이더가 됩니다. 즉, 돌맹이 같이 수직낙하하진 않지만 서서히 강하하게 됩니다.

 

비행기의 엔진이 모두 꺼지자 기장인 설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APU 를 켜는 것입니다. APU는 Auxiliary Power Unit 의 약자로 보조동력장치 라고 합니다. 비행기의 꼬리쪽에 달려 있습니다. 엔진과 같이 비행기의 추력을 주지는 않지만 전기와 유압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동력을 제공합니다. 영화에서 보면 엔진이 꺼지자 전기가 나가고 객실이 어두워졌다가 APU를 작동하면 다시 전기가 들어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항공기가 비정상 상황에 닥치면, 조종사는 상황을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체크리스트 입니다. 영화 '설리'에 나온 Airbus 320 항공기에도 비정상 체크리스트가 존재합니다. 보통 항공기의 기체 결함이 발생하면, 비행기가 결함을 감지해서 조종사가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 창에 체크리스트를 띄워줍니다. 이것을 ECAM 이라고 합니다. 기장은 비행기 조종을 하고 부기장은 이 체크리스트에 따라서 스위치 조작을 해서 결함이 있는 부분을 끄고 백업 시스템을 켜거나 해서 문제해결을 합니다. 그런데 'Dual Engine failure'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는 한가하지 않습니다. 영화속 설리가 착수까지 가진 시간은 단 208초에 불과 했으니까요. 이럴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QRH(Quick Reference Handbook) 입니다. 조종사의 손이 닿는 곳에 핸드북을 준비해두고 급할때 꺼내보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보면 설리가 부기장에게 QRH 절차를 하라고 지시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부기장이 QRH를 꺼내서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대략 "Dual Engine Failure" 상황에서 조종사들의 대처 Procedure는 다음과 같습니다.

 

0. LAND ASAP. 가능한한 빨리 착륙한다. 

1. 엔진 시동 모드를 켜고 계속해서 죽은 엔진을 살리려고 시도해본다.

2. APU를 켠다

3. 착륙 전략을 세운다 (어디에 내릴것인지,착수를 할것인지)

4.500FT 가 되면 승객에게 충격에 대비할 것을 명령한다

5. 착륙순간 모든 엔진과 APU를 끈다.

6.Evacuation 절차와 명령을 내린다.

 

이런 식으로 체크리스트가 되어있습니다. 부기장은 설리의 지시를 받고 착수전까지 계속해서 꺼진 엔진을 살리기 위해 QRH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속에서 설리는 블랙박스에 기록된 조종실 음성기록을 들은 후 부기장에게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CVR(음성녹음장치)을 듣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 나는 내가 너무 자랑스러웠다네. 그리고 자네도 자랑스러웠어. 자네는 바로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일들을 했다네. 그 혼란과 위기 속에서 말이야."

 

현직 조종사로서 사실 이 영화를 보고 저는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만약 기장/ 부기장의 위치에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나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들입니다. 설리 기장은 40년 비행경력의 베테랑 조종사였습니다. 그의 40년의 비행은 208초의 기적을 만들기 위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고증도 사실적이고 작은 디테일도 잘 살렸던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많은 항공 영화중에 추천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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