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이고 보니 여러가지 비행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비행기의 지상 작동들도 단골 질문거리입니다.
비행기는 후진을 하나요? 하는 질문은 널리 알려져서 이제는 상식처럼 되었지만 아직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결론만 말씀드리면, 비행기는 후진 안합니다. 못합니다.
비행기가 지상에서 이동하는 것을 TAXI 라고 합니다. 비행기가 지상에서 이동하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요?? 의외로 적지 않은 분들이 비행기도 자동차처럼 동력으로 직접 바퀴를 굴려서 이동한다고 생각하시더라구요.
일반적인 비행기는 양 날개 밑에 붙어있는 엔진의 동력(추력)으로 지상이동을 합니다. 비행기는 엔진 속에 있는 fan 을 돌려서 앞에있는 공기를 빨아들여 뒤로 내뿜고 이 반동으로 앞으로 향하는 힘을 얻습니다. 뉴턴의 제3법칙, 작용-반작용의 원리입니다. 항공기의 바퀴는 굴러가는 역할만 할 뿐 동력을 전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엔진은 앞으로 향하는 방향으로만 추력을 낼 뿐 반대쪽으로는 낼 수 없습니다. 비행기가 착륙할때 역추진(Reverse Thrust)을 하곤 하지만 이 기능은 오직 착륙할 때만 사용합니다. 그래서 비행기는 후진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민항기에는 백미러도 없습니다.
그럼 뒤로 가야할 때는 어떻게 갈까요? 토잉카(Towing Car)라는 자동차가 비행기를 밀어줍니다. 비행기가 공항에서 승객을 싣고 활주로로 가기 위해서는 엔진 시동을 켜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승객들이 탑승을 하는 공항 게이트에서 떨어져 시동을 위한 장소까지 이동할 때 토잉카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엔진 시동이 완료되면 토잉카를 떼고 자력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조종사들에게 지상이동, Taxi 는 무척 긴장되고 집중력을 요하는 순간입니다. 자동차와 달리 비행기 조종석 안에서 조종사들은 거대한 비행기 전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소형차를 운전하는 운전자가 대형SUV를 운전하면 당황하는 경우가 있죠? 대형 화물차나 버스를 운전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하물며 승객이 200~500명이 타는 대형 항공기는 더 어렵겠죠. 그래서 공항에는 비행기가 지상으로 이동하는 길을 선으로 표시해두고 있습니다. 이 길을 Taxi Way 라고 합니다. 비행기들은 이 선만 따라서 가야합니다. 그리고 높은 관제탑에서 비행기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관제사의 도움을 받습니다. 관제사는 공항내의 다른 비행기들의 위치, 순서, 내가 가야할 길들을 관제용어로 조종사들에게 실시간으로 안내해 줍니다.
"Korean air 123, Incheon Ground, Taxi to Runway33L via A7,A4, Give Way Asiana airbus380 your left side."
이런 식입니다. 대략 대한항공123호에게 인천지상관제사가 33L활주로로 A7,A4라는 taxi way를 통해 taxi하라는 instruction 입니다. 왼쪽에 있는 아시아나 380항공기가 먼저 지나간후 택시를 시작하라는 말도 함께말이죠.
관제사의 instruction 은 실제로 법적인 권한이 있습니다. 이 지시사항을 어기면 항공법위반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종사들은 지시사항을 정확히 숙지하고 틀리지 않게 따르기 위해 고도의 집중을 합니다. 기장-부기장이 서로 instruction 을 기록하고 함께 cross checking 을 하고 불명확하면 재확인, confirmation 도 합니다.
요즘 자동차들은 Around view 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주차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하늘에서 찍은듯한 모습을 운전자에게 보여주는 기능이죠. 최신 항공기에는 이런 기능이 있는 비행기가 있습니다. 비행기 꼬리날개에 카메라를 달아서 비행기가 어떤 위치에 있고 주변에 장애물들이 없는지, taxi way 위에 똑바로 가고있는지를 조종사가 체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A380 같은 비행기는 너무 크기 때문에 taxi가 무척 어렵습니다. 위 사진과 같은 기능이 있다면 조종사가 그나마 조종할때 많은 도움이 되겠죠?
다음번에 비행기를 타실때는 지상이동 때 이런 부분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세요. 재밌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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