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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유학

[CPL ep.8] 비행 교육과 인간 관계 이제 사업용 과정도 마지막을 향해 다다르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Parker와의 비행을 사력을 다해 견디고 있었다. 그의 무례한 태도와 말도 안 되는 요구들 - 특히 approach 단계에서 power 조작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을 견디며 꾸역꾸역 비행을 하고 있었다. 이제 미국에 온지도 9개월 남짓, 겨울에 왔던 디어밸리는 무더운 여름을 지나 조금은 선선해진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다. 애리조나의 가을은 한낮에는 30도를 웃도는 날씨로 무덥지만 일교차가 커 아침저녁으로는 15도 정도까지 떨어진다. 여름과 마찬가지로 교관들과 학생들은 무더운 낮에 비행하기보다는 새벽-아침 시간에 비행을 미리 하고 낮에는 쉬는 것을 선호했다. 그래서 대부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했다. 물론 나도 그랬다. 당.. 더보기
[계기비행 ep.7] 선선발 제도와 비행유학 2010년대 초반, 내가 다니던 비행학교는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비행교육을 위한 비행기가 부족할 정도로 학생들이 많았다. 그중 한국 학생들이 꽤 많이 있었다. 우리 비행학교의 한국 학생은 '선선발 제도 훈련생' 과 '비행 유학 훈련생'으로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선선발 제도와 비행유학 '선선발 제도'란, 나처럼 항공사에 계약직 비행 훈련생으로 먼저 입사를 한 후 비행교육을 받고 교육을 무탈히 잘 마치면 정규직인 부기장으로 임명되는 제도를 말한다. (내가 다니던 때만 해도 '선선발제도'라는 용어조차 잘 사용하지 않았다. 현재는 많은 항공사들이 이 개념을 도입하면서 선선발 제도라는 단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비행 유학'은 항공사에 입사하기 전에 비행학교에 개인적으로 등록해서 비행교육을 마.. 더보기
[ep.9] 떠나는 사람, 남는 사람 PPL 교육과정 초기에 교육 일정은 단조로웠다. 아침에 비행교육을 받고, 오후에 그라운드 스쿨을 받은 후에 집으로 돌아오는 것의 반복이었다. 저녁이 되면 동기들끼리 모여 술 한잔씩 하면서 저마다의 고충을 이야기하곤 했다. 숙소 중에 가장 큰 집이었던 우리 집에서 자주 모였다. 비행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나뿐만은 아니었다. 비행을 잘하건 못하건 각자 힘든 점들이 있었다. 비행교육도 힘들었지만 비행 외적으로도, 교관과 스타일이 안 맞아서 고생하기도 하고 편조끼리 사이가 안 좋아서 고생하기도 했다. 나는 술을 잘 먹지 못하는데도 매일 술을 먹었다. 성격 좋고 사교성이 좋은 동기 이승훈(가명)과 친해진 것도 이때쯤이다. 이승훈은 국내 명문대에서 독일어를 전공한 친구였는데, 187cm 정도로 키가 크고 운동.. 더보기